정부가 8일 경제부총리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정부가 수출입은행에 1조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추진하고, 한국은행과 함께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임직원 연봉삭감과 인력감축 등의 자구책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한국은행을 동원한 자본확충방안이다. 이는 곧바로 공적자금을 들여서 부실기업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한국은행을 동원한 자본확충펀드 조성은 국회의 승인절차 없이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발상이다. 즉 한국은행을 통해 우회적으로 자금 지원을 하겠다는 것으로, 정부가 ‘공적자금’이라는 용어를 직접 쓰지 않는 이유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공적자금을 어느 기업에 얼마만큼 쏟아부을지 그 사용처와 규모를 알 길이 없다.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조성과 관련해 금융노조는 “한은이 IBK기업은행에 대출하고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는 방식은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할 자금으로 대기업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추경예산 편성을 배제한 채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기 위해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까지 끌어들이는 정부의 위법·편법적인 자본확충방안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소기업 지원이 설립목적인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이 대기업 부실을 떠안게 됐다”며 “한국은행이 재벌 대기업의 최종 대부자로서 전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자금을 쓰고자 한다면 원칙이 있어야 한다. 바로 공적자금관리특별법에 명시하고 있는 ‘최소비용의 원칙’과 ‘공평한 손실부담의 원칙’이 그것이다. 그런데 현재 ‘최소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고자 노력했는지 전혀 알길이 없다. 기업을 위기로 몰아넣은 경영진에게 잘못의 무게만큼 충분히 책임을 물었는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기업이 내놓은 자구계획의 현실성을 냉정하게 따졌는지도 알 수 없다. 정부가 ‘국민의 돈’을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집어넣는 것이 과연 구조조정에 도움이 될는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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