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활력제고법(기활법)에 대한 논의가 대기업 구조조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중소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공급과잉 업종에 속한 중소기업이 정부로부터 자금지원과 세제혜택을 받아 사업을 재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추진된 국내기업 사업재편 1399건 가운데 중소·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2.6%였다. 사업재편 내용을 뜯어보면 자본 양·수도가 656건으로 가장 많았고 합병(311건), 분할(133건), 영업 양·수도(48건) 순으로 나타났다. 경기연구원 엄유경 상생경제연구실 초빙연구위원은 “기활법이 중소기업의 사업 재편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기활법이 벤치마킹한 일본 산업경쟁력강화법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정부의 세제혜택 등을 받고 사업을 재편하는 중소·중견기업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8일 무역협회가 주최한 기활법 설명회에 참석한 김&장 김승준 변호사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산업경쟁력강화법에 따라 1999년부터 현재까지 지원한 사업재편은 총 684건인데, 이중 48%가 중소·중견기업이었다. 사업재편 건수 중 33.6%는 중소기업(300인 미만), 14.4%는 중견기업(300인 이상~1000인 미만)이었다.

오는 8월13일 시행을 앞둔 한국 기활법 30조에는 중소·중견기업만을 위한 조항도 있다. 이에 따르면 기활법 대상이 중소·중견인 경우 정부는 사업재편에 필요한 국내외 판로개척, 정보제공, 전문인력 양성 및 경영·기술·회계 자문을 지원할 수 있다.

28조에는 정부가 사업재편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있다. 사업재편을 신청한 기업이 설비를 투자하거나 신제품 출시를 위해 경영혁신 활동을 하는 경우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자금지원 대상 기업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기활법 담당부처인 산업부에서 세부 규정을 만들고 있다.

이와 관련, 8일 오후 산업통상자원부 기업정책팀 윤영범 사무관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자금지원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자금지원을 필요로 한다면 최대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기활법을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활용할 수 있도록 설명회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사업재편을 신청한 중소기업은 빠르면 한 달 안에 승인이 떨어질 전망이다. 기활법 혜택을 받으려면 주무부처 검토(30일)와 심의위원회 심의(30일)를 각각 거쳐야 하는데, 일정 규모 이하 중소기업은 주무부처장과 중소기업청장이 협의해 심의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주무부처는 기업이 속한 업종에 따라 다르다. 건설·운수·수도사업은 국토부가, 농·임·음식료제조업은 농림부가, 도·소매·사업서비스업은 산업부가 맡는다.

정부로부터 사업재편 승인이 떨어지면 세금, 자금, 사업재편 절차 간소화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합병에 따라 자본금이 늘어날 경우 등록면허세의 50%를 감면해준다. 사업재편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도 완화했다. 사업재편을 위한 주주총회 소집기간과 주주명부 폐쇄기간은 각각 2주에서 1주로, 주총 후 채권자 이의제출 기한은 30일에서 10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은 20일에서 10일로 줄였다. 대기업에는 상호출자·채무보증제한 규제를 일정기간 유예하는 등 공정거래법상 특례도 준다. 각종 혜택을 한꺼번에 준다는 의미에서 ‘원샷법’이라 부르기도 한다.

기활법의 핵심은 해당 기업이 속한 업종이 과잉공급 상태라는 점을 입증하는 일이다. 최근 산업부가 내놓은 기활법 실시지침(안)에 따르면 사업재편을 신청하는 기업은 해당 (기업)업종 최근 3년간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평균이 과거 10년간 매출액 영업이익률 평균보다 15% 이상 감소해야 한다. 업종 단위로 이뤄지는 만큼 업종이 속한 협회 차원에서 해당 수치를 계산해 회원사에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