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자산총액 10조원으로 올렸다. 기존 2조원을 5조원으로 올린 지 8년만의 상향조정이다. 올해 4월에 대기업으로 신규 지정된 카카오, 셀트리온, 하림은 대기업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졌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청은 정부 합동자료를 내고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기존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올리고 공기업은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08년에 현행 기준인 5조원을 도입한 이후 국민경제와 대기업 자산규모가 커져, 개선이 필요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한국 GDP는 2007년 말 1043조원에서 2015년 말 1559조원으로 49.4% 올랐다. 대기업집단의 자산 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2338조원으로 8년 전보다 101.3% 올랐고, 자산 평균액은 36조원으로 144.6% 향상됐다.

제도 개선에 불을 지핀 것은 인터넷기업 최초로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서부터다. 벤처의 상징이기도 한 카카오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등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진행하며 자산총액 5조원을 넘겼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계열사간 상호·순환출자가 금지되고 채무보증이 제한되는 등 각종 규제에 걸린다. 홍은택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개최한 좌담회에서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새로 적용받게 된 규제만 76개”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에서는 벤처 딱지를 갓 뗀 카카오와 삼성그룹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4월 언론사 간담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도 “카카오가 뭘 좀 해보려고 하는데 떡 하니 대기업 지정이 돼 이것도, 저것도 못하면 어떤 기업이 더 크겠냐”며 기준상향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다.

실제로 대기업집단 내 기업간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2009년 1위였던 삼성의 자산총액은 174조9000억원, 48위로 최하위였던 한국농어촌공사는 5조2000억원으로 33.6배 차이였다. 2016년 기준 자산총액 1위인 삼성은 348조2000억원, 65위인 카카오는 5조10000억원으로 68.3배 차이다.

한편 정부는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공기업도 대기업집단에서 빼기로 했다. 공공기관·공기업 공시시스템인 알리오가 만들어지고 출연·출자기관 설립시 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는 등 이미 공정거래법 수준의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이로써 공정위 제재를 받는 기업집단은 65개에서 28개로 줄었다. 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 수로 따져 보면 1736개 중 1118개가 남았다. 대기업집단 기준 변경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공정위는 시행령을 바꿔 오는 9월에는 제도 개선을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