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롯데홈쇼핑에 방송정지 처분을 내린지 2주의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동안 기자가 우려했던 것은 롯데홈쇼핑보다 정지처분으로 협력업체들이 당할 어려움이었다. 방송정지 처분은 실수든 뭐든 롯데홈쇼핑에 1차적 책임이 있다. 롯데홈쇼핑 주장대로 이중처벌을 내렸다 해도 그 원인은 롯데홈쇼핑이 제공했다. 협력업체로서는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다.

방송정지처분이 발효되는 3개월 남짓 남은 기한, 이들 협력업체 관계자들에게는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시간의 연속일 것이다. 기업의 생사존망이 걸려있어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보지만 해법은 보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 또한 한계가 있다. 어차피 칼자루는 정지처분을 내린 미래부가, 그리고 정지처분의 원인 제공자인 롯데홈쇼핑이 갖고 있으니. 

기자는 협력업체의 현실적 피해와 고민을 알아보기 위해 몇몇 업체와 접촉을 갖고 취재를 시작했다. 이번 방송정지처분 사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미래부 또는 롯데홈쇼핑에 전함으로써 협력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하지만 협력업체 관계자 대다수의 반응은 조심스럽거나 아예 입을 닫은 경우도 있었다. 문제해결을 위해 미래부와 롯데홈쇼핑과의 협상 초기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을’의 위치에서 ‘갑’의 처분을 기다리는 도중에 ‘구설수’에 올라 득될 일이 없다는 판단일 것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기자가 새삼 확인한 것은 ‘갑’은 언제나 ‘갑’이고 ‘을’은 언제나 ‘을’일 수밖에 없는 한국사회의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관계 실상이다. 잘못을 해도 ‘갑’은 여전히 ‘갑질’을 계속하고, 그로 인해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을’은 여전히 속만 끓이고 있다. 정지처분이 정작 절실한 곳이 있다. 정지처분은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관계를 지속하며 ‘갑질’을 하려는 한국사회 하도급 거래 구조에 부과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