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B법무법인으로부터 내용증명 우편을 받았다. 쇼핑몰 홈페이지 이미지에 유료폰트를 사용했으니 적법한 구매사실을 입증하지 않으면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법무법인은 또 고소되지 않으려면 100여만원에 이르는 폰트파일을 구매해야한다고 알려왔다. 외주업체에 쇼핑몰 제작을 맡긴 A씨는 이에대해 아는 바가 없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C씨는 광고제작자 D를 통해 기업의 홍보영상을 제작했다. 만들어진 영상을 SNS 등에 올리며 홍보하던 중 한 법무법인으로부터 ‘서체 프로그램 정품 현황 확인 협조 요청의 건’이라는 내용증명 팩스를 받게 됐다. D가 제작한 홍보영상 자막이 개발자의 사용허가를 받지 않은 폰트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법무법인은 800만원에 이르는 폰트패키지를 구매하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절차를 밟겠다고 압박했다. 홍보영상을 만든 것은 D이지만 그것을 활용한 C씨도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최근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와 법무법인간 폰트저작권 시비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폰트저작권 관련 상담 건수만 대략 4000여건이다. 갑작스럽게 법무법인 명의의 내용증명을 받은 당사자들은 당황하기 마련이다. 더욱이 그 내용이 법을 어겼고 해결하지 않을 경우 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경고문이라면 전후사정을 살필 여유는 사라진다. 이 때문에 서둘러 법무법인의 제안에 합의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폰트를 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만약 이러한 내용증명서를 받았다면 당황하지 말고 실제 저작권을 침해했는지부터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심지어 일부 법무법인은 디자인이나 저작권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일반인을 상대로 돈을 벌기위해 허위로 내용증명서를 보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위 사례 A와 C씨는 결론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알지 못해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

고딕, 돋움, 바탕체…폰트는 법적보호대상 아니다

폰트(font)는 동일한 스타일의 크기와 모양을 갖춘 글꼴 한 벌 전체를 의미한다. 문서를 작성할 때 사용하는 고딕, 돋움, 바탕체 등으로 생각하면 쉽다. 그런데 폰트는 법적보호대상이 아니다. 국제협약에서도 별도로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우리 대법원도 1996년 판례를 통해 “서체도안은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대상인 저작물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바 있다. 다만 키보드로 친 글을 특정 글꼴로 변경하는 폰트파일(***.ttf)은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상 컴퓨터 프로그램에 해당, 저작권을 갖는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따라서 파일 자체를 복제하거나, 저작권자 동의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때만 저작권 침해가 발생한다. 반면 폰트를 활용해 제작한 출력물이나 이미지, 영상 같은 2차 저작물에는 폰트의 저작권이 미치지 않는다. 즉 직접적으로 폰트파일을 이용한 제작자가 책임을 져야하는 문제이지 결과물을 사용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 위 A와 C씨의 경우다. 제작자가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되면 저작권법 136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폰트파일을 기업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나 로고(CI) 등에 사용한 경우는 어떨까? 우선, 무료 폰트파일은 사용범위와 기간 등을 살펴봐야 한다. 용도를 개인 또는 특정 프로그램으로 제한한 경우가 있어 영리목적으로 사용하면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상업적 이용이 가능하다고 명시돼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유료 폰트파일은 사용해서는 안된다. 홈페이지는 인터넷을 통해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개방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홈페이지를 만들때 사용한 폰트가 홈페이지 서버에 자동으로 저장된다. 이 경우 무단 복제행위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모르고 사용했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는 없다.

구매한 폰트파일 패키지로 게임 등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려는 경우는 조금 더 복잡하다. 기본적으로 정당한 절차를 통해 구매했기 때문에 게임 제작에 폰트파일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단, 제한규정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사전에 저작권자와 협의를 하는 것이 좋다. 제작한 게임을 CD나 인터넷을 통해 배포할 경우에는 폰트파일이 게임 내부에 저장돼야 하므로 저작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직원이 저작권 침해해도 회사에 책임 물을 수 있어

따라서 법무법인 등으로부터 글꼴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증명서를 받으면 위반내용을 살펴보는 게 우선이다. 만약 이미지나 영상, 출력물 등에 사용된 2차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거론하면 무시하면 된다. 이외 홈페이지 글꼴 등이 문제가 됐다면 이용약관 등을 살펴 사용범위를 확인해야한다. 판단이 어렵다면 한국저작권위원회나 법률구조공단에 문의,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다.

직원이 업무와 관련 저작권을 침해했다면 해당직원과 함께 기업도 처벌할 수 있다. 다만 기업이 저작권 침해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주의와 감독을 다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 기업은 합법적인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불법 프로그램 사용을 막기위한 교육 등을 실시해 그 근거를 남기는 것이 좋다. 또 저작권자가 무료로 배포한 폰트파일을 차후 유료로 변경하는 경우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

권리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폰트파일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꼭 필요하다면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소정비용을 납입하고 사용할 수 있는 법정허락제도도 고려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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