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소기업→중기업→중견기업→대기업 등으로 산업생태계가 선순환 구조를 이뤄야 하지만, 소상공인은 ‘성장 사다리’에서 소외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소상공인’ 개념이 자의적으로 쓰이고 있어 통계 오류마저 낳고 있다는 비판이다. 산업정책을 펴는데 반드시 요구되는 기본적인 데이터인 통계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이유태 부경대 경영학 교수는 14일 중기이코노미와 통화에서 “중소기업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하부구조인 소상공인 개념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어 정책을 편성하는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정책의 실효성 또한 극히 낮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전체 사업체 수 335만개 중 87.2%(292만개)가 소상공인이다. 중기업은 2.7%(9만여개), 소기업은 10.1%(34만개)다. 292만 소상공인은 다시 ‘법인 소상공인’(72만개, 21.5%)과 ‘개인 소상공인’(220만개, 65.7%)으로 분류된다.

소상공인진흥공단,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분류하고 있다. 이 교수는 여기서 더 나아가 5인 미만 영세 자영업자들을 다시 구분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통계자료에 근거해 이 교수가 세분류한 영세 자영업자는 ▲비생계형 소상공인(114만개, 34.0%) ▲생계형 소상공인(106만개, 31.6%)으로 나뉜다. 여기서 비생계형 소상공인은 임대소득사업자의 경우처럼 자산소득이 있거나, 5인 미만이지만 법인 소상공인에 근접한 자영업자를 말한다. 반면 생계형 소상공인은 주로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등에 종사하는 이들로서 저소득·저성장·과당경쟁 등에 노출돼 있다.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분류

전체 사업체 수 335만여개 대상. <자료=이유태 부경대 교수>

이 교수는 “전통시장상인도 소상공인이자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는 등 현행 통계방식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이 각자 유리하게 숫자를 부풀린 과거 유물”이라며 “소상공인 개념에 비생계형과 생계형 소상공인, 법인사업자 등이 혼재돼 있는 등 소상공인에 대한 스펙트럼이 넓어 정책 대상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지원법이 생계형 소상공인에게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행 소상공인지원법은 중기업·소기업·법인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지적이다.

이 교수는 “생계형 소상공인은 그야말로 영세 자영업자들로서, 이들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수혜조차 받지 못하는 계층”이라며 “소상공인지원법을 해체하고, 생계형 소상공인을 위한 ‘(가칭)자영업자지원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생계형을 제외한 소상공인은 현행 제도(중소기업지원법·1인창조기업육성법·도시형 소공인지원특별법)만으로도 적절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 문병수 국장은 14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중소기업청은 소상공인 수가 300만명으로 분류하는데, 이는 법인 소상공인들”이라며 “실제 소상공인 수는 대략 600만~70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문 국장은 이어 “현행 법·제도가 중기업·소기업·법인 소상공인에 한해 지원하고 있어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우 지원 혜택에서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생계형 소상공인 지원 방안이 절실한 것은 빈번한 창업·폐업으로 인해 자영업자 개인의 손해를 넘어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다는 데 있다.

개인사업자 중 폐업자 수는 2013년 80만3000명으로 2001년(68만3000명)에 비해 18% 가량 늘었다. 반면 창업자 수는 2001년 99만8000명에서 2013년 92만5000명으로 7% 가량 줄었다. 창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연도별 개인사업자 창업 및 폐업 현황

<자료=이유태 부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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