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발생한 한 스크린골프사업자의 한강투신사건에 대해 “사전에 공모된 연출”이라고 주장한 최근 골프존의 태도는 실망을 넘어 분노의 감정이 앞선다.

 

취재결과를 바탕으로 투신사건이 발생한 날을 재구성해보면 이렇다. 3월 23일 전국골프존사업자협동조합 소속 회원들은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골프존의 ‘갑질행위’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후 청담동에 위치한 골프존 본사로 재집결해 2차 시위를 했다. 당초 전골협은 여의도에서 청담동까지 행진을 할 예정이었으나 허가가 나지 않아 개별적으로 이동했다. 김씨에 따르면 여의도 집회 후 혼자 마포대교를 걸으며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고 한다. 억울하고 참담한 상황을 더 많이 알리고 싶었지만 언론도 정부도 외면하는 것 같아 답답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울분을 참지 못해 한강투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김씨는 “골프존이 왜, 이 사건을 사전에 공모된 것이라고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취재과정에서 만났던 김씨는 세 아이를 둔 한 집안의 가장이다. 사업실패 후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는 대리운전과 인테리어 보수작업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해 생활하고 있었다. 그는 기자와 취재하는 과정에서 “해서는 안될 선택이었다”며, “투신 당시에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남아있게 될 가족 생각에 아찔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실망스러운 건 골프존이 그의 투신을 대하는 태도다.

 

김씨에 따르면 9년여간 골프존 시스템으로 사업하다 시장포화와 반복되는 유상 업그레이드 비용 등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하고 빚까지 생겼다. 투신이란 극한 선택을 했던 사업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골프존이 전국민이 볼 수 있는 사이트에 그와같은 공지를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해당 공지의 제목은 ‘생명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됩니다’였다. 이 제목은 어쩐지 골프존이 사업자의 생명을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한강투신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꾸며 골프존을 음해하고 있다며 전골협을 비방하려는 의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골프존이 그토록 강조하는 ‘상생경영’의 여파가 사업자들에게도 미쳤더라면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대치도 없지 않았을까. 골프존이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업자들을 보듬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