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은행의 부실이 이번 구조조정 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과연 필요하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양원근 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5일 한국경제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기업 구조조정 관련 토론회에서 “부실은행이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하지 못하고 정부가 공적자금을 동원해 구원투수로 나서는 등 잘못된 구조조정 과정을 밟고 있다”며 “20년 전 신용경색으로 IMF 외환위기를 불러온 것과 똑같은 형태다. 부실을 적기에 털어내지 못한 일본은행이 기업자금을 공급하지 못해 장기불황에 빠진 상황과도 유사하다”고 했다.

양 연구위원에 따르면 2005~2007년 은행 당기순이익은 평균 14조원이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평균 8조4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수익성이 하락하자 은행이 기업에 내어줄 자금이 부족해지고, 이것이 신용경색을 불러와 기업도 부실해졌다는 것이다.

양 연구위원은 ‘비가 올 때 은행이 우산을 뺏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마불사(대형 금융회사는 영원히 망하지 않는다) 불가 원칙 ▲기업공시 투명성 제고 ▲은행과 기업의 견제와 균형관계 구축 등을 주문했다.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은행을 통폐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정수 서강대 교수는 “정부 주도하에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구조조정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은 후진적”이라며 “언제까지 국책은행이 나서야 하나. 이제는 산업은행을 시중은행에 통폐합하는 등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실기업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정수 교수는 “아직도 분식회계 등 회계 부정이 만연하다. 자율적 구조조정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주범”이라며 “회계부정으로 CEO가 24년 징역형을 선고 받은 미국 엔론의 사례가 한국에서도 가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도 “부실기업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국회가 부실기업 청문회를 열어 책임소재를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