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가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어 하반기에도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또 다른 양상이어서 해결방안을 쉽사리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6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CEO 조찬간담회에서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춰 보면 지금의 위기는 강력하지 않다. 완만하고, 지루하고, 장기화되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면서도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어렵다”고 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악재 속에서도 극복의 열쇠가 있었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외환위기 때만 해도 위기의 강도가 강해 국민적인 결집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대외 경제여건이 좋아 우리만 잘하면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렇게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서는 “전 세계가 하나의 금융정책 아래서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우리도 그 흐름에 편승해 어느 나라보다 빨리 위기를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외 여건이 좋지도 않고, 세계경제 정책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미국은 금리인상,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등 세계 각국이 각자의 살길을 찾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제일 힘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오후 전경련이 주최한 하반기 경제전망 세미나에서도 유사한 전망이 이어졌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0.5%에 그치자 각 기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9%에서 2.7%로, 한국개발연구원은 3%에서 2.6%로,  한국은행은 3%에서 2.8%로 낮춰 잡았다. 임상혁 전경련 전무는 “상반기에 기업은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으로 매출이 감소했고 구조조정 본격화로 하반기 성장도 녹록치 않다.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됐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실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저성장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만성적 수요 감소에 따른 구조적 장기침체로 보인다”며 “한국의 불안요인은 수출 부진, 외화유동성과 부채 디플레이션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전자·자동차·조선·철강·석유화학·건설 등 국내 주력산업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 이어졌다.

◇전자=키움증권 김지산 기업분석팀장은 “새로운 기계와 교체수요를 자극할 혁신이 없어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매출 성장은 정체되겠으나 원자재 가격 하락과 마케팅 비용 절감으로 수익성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채희근 소비재팀장은 “신흥시장에서의 부진과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는 악재”라면서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연비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내연기관 효율 강화, 경량화, 친환경차 출시 등 공통적인 전략을 펼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대신증권 전재천 선임연구원은 “4월까지의 조선 대형3사 수주는 6억2000만달러로 연 목표치의 1.8%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하반기 조선 수주 회복도 미미할 것”이라며 “캐나다의 원유 생산 회복과 미국 금리 인상으로 유가 상승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부진을 점쳤다.

◇철강=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철강금속 박성봉 애널리트스는 “가격상승 호재와 수요부진 악재가 동시에 나타날 것”이라며 “중국 내수가격이 국내 철강사들의 출하가격을 인상할 수 있지만 시일이 지날수록 효과가 축소돼 철강 업황 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신한금융투자 이응주 연구위원은 “국제유가는 3분기 40~45달러 수준을 유지하다 연말에는 공급과잉이 축소돼 5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며 호황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NH투자증권 김형근 연구위원은 “해외 저가수주에 따른 손실 반영이 상반기 중 대부분 마무리됐다”며 “최근 몇 년간 지속된 국내 부동산 경기 호조에 따라 주택 신규 분양이 확대돼 매출과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