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공고1. 회계·감사 직원 채용 / 성실한 분 선호

채용공고2. 회계·감사 직원 채용 / 전표관리·자금관리·원가계산·재무제표 작성·회계정보 시스템 운용·재무분석·회계감사

직무기술서가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다. 경영·회계·사무 인적자원개발위원회 박주영 팀장은 17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설명회에서 “NCS의 직무별 능력단위와 요소를 확인하면 중소기업도 채용공고를 낼 때 구체적인 직무를 기술할 수 있다. 구직자 입장에서도 기업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박 팀장에 따르면 대기업은 직무기술서를 보유하고 있어 채용공고나 인력관리에 활용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실정이다. 직원 1인당 직무 범위가 넓어 채용공고에 일일이 기술하기 곤란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굳이 채용공고에 적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적당주의’는 기업과 구직자 간 미스매칭의 원인이 된다. 중소기업 취업자들은 막상 회사에 와 보니 생각했던 것과 업무가 다르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구직자들은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취업준비생 1231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취업 애로사항을 물었더니 18%의 응답자가 “지원하는 분야의 업무 범위와 특성을 알기 어렵다”고 답하기도 했다.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능력을 국가가 산업부문별, 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이다. 정부는 NCS를 특정 일자리 종사자의 직무수행 명세서이자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인재양성 지침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직무는 대분류 24개, 중분류 80개, 소분류 238개, 세분류 887개다. 대분류인 경영·회계·사무 분야를 예로 들어 보면 ‘재무·회계’가 중분류, ‘회계’가 소분류, ‘회계·감사’가 세분류다. NCS에서 회계·감사 직무를 선택하면 전표관리, 자금관리, 원가계산, 재무분석, 회계감사 등의 ‘능력단위’를 볼 수 있다. 능력단위는 ‘능력단위요소’로 다시 세분화된다. 자금관리 능력단위에서는 현금시재 관리, 예금 관리, 법인카드 관리, 어음·수표 관리 등의 능력단위 요소가 기술돼 있다. 

정부는 채용제도도 NCS 중심으로 채용을 바꾼다는 계획이다. 이미 공공기관에서는 NCS 기반 채용을 도입 중이다. 공공기관이 채용공고를 낼 때는 NCS 직무기술서를 활용한다. 입사지원서도 달라진다. 개인 신상 중심의 정보는 배제하고 직무와 관련된 요소나 관련 경험을 쓰도록 만든다. 이후 이어지는 필기와 면접 평가도 마찬가지다.

◇채용제도 NCS로 바꾸자 퇴사율 20%→5%=NCS중심 채용은 신입사원 이탈을 막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기본 제도를 직무능력 중심 채용으로 전환한 모두투어의 사례가 소개됐다. 

지영근 모두투어 인사팀 차장에 따르면 2013년 모두투어는 신입사원 퇴사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줄곧 15%안팎을 유지했던 신입사원 퇴사율이 2013년 상반기에는 21%, 하반기에는 20%에 이르렀다. 당시 모두투어는 어학점수가 높고 자기소개서를 잘 쓴 지원자들을 위주로 직원들을 뽑았다. 매년 3000~5000명의 지원자가 이 회사에 몰렸다. 그러나 신입사원 5명 중 1명은 회사를 떠났다. 여행사에 환상을 갖고 입사했으나 기대와 실제 업무 내용이 달랐던 것이다.

모두투어는 문제 원인을 파악하려 대한상의로부터 NCS 컨설팅을 받았다.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자기소개서 양식과 면접 방식을 바꿨다.

자기소개서 문항은 직무별로 특화했다. 지원동기나 성장배경처럼 형식적인 문항은 과감히 없앴다. 영업직무에서는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온라인을 활용한 차별화된 영업 프로모션 전략을 기획해보라’, 상품직무에서는 ‘국제적인 메가이벤트가 새 패키지 상품을 개발하고 기존 상품을 운영하는데 미치는 영향을 기술해보라’, 홍보직무에서는 ‘모바일 앱과 멤버십 제도 등 모두투어가 가진 콘텐츠를 활용해 기업을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라’는 미션을 줬다. 

자기소개서 난이도를 높이자 지원자 수는 줄었다. 한때 5000명에 이르기도 했던 지원자는 2000명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자기소개서 내용은 충실해졌다. 회사에 열정을 가지고 있으면서, 해당 업무에 적합한 인재들로 지원자가 바뀌었다는 것이 이 차장의 설명이다.

면접에는 1분 스피치 순서를 마련했다. 면접 30분전 직무 관련 스피치 주제를 지원자에게 문자메시지로 공지하고 면접 때 발표하게 했다. 영업에선 ‘메르스 등 여행에 대한 위험이 증가됐을 때 담당자로서의 효과적인 대응방안’, 인사에선 ‘직무중심 인사제도와 사람중심 인사제도의 차이점과 한국 기업의 NCS 도입의 시사점’ 등을 스피치 주제로 냈다.

채용 방식을 바꾼 2014년을 기점으로 신입사원 퇴사율은 감소했다. 한때 20%를 넘었던 퇴사율은 2014년 하반기에는 9%, 2015년 상반기에는 5%로 떨어졌다. 지영근 차장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으나 변화가 나타났다. 직무를 중심으로 평가하니 지원자의 전공 등은 중요하지 않더라. 최근에는 토목, 신소재공학 전공자도 입사했다. 채용제도를 바꾸지 않았다면 합격하지 못했을 지원자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