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과세표준 500억원 이상 대기업의 법인세를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16일 발의했다. 해묵은 논쟁이긴 하지만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법인세 논란에 윤 의원이 또 다시 불을 붙였다.

예상했던 반응이 나왔다. 한 보수언론은 17일자 사설을 통해 “법인세 인상보다 시급한 것은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의 정비”라며 법인세 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법인세를 올리면 그러지 않아도 침체에 빠진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었다. 

예상을 벗어난 부분도 있다. 법인세 인상 입법개정안 제출에 대해 정치권과 이해관계 당사자인 재계는 논외로 하고, 다른 보수신문들은 비교적 잠잠하다. 혹 법인세 인상과 관련한 정부의 속내가 겉과는 달리 ‘법인세 인상 불가피론’으로 선회한 것은 아닌지 하는 기대가 없지 않다.

여기까지는 법인세 인상에 동의하는 국민들의 바람이다. 정부의 입장이 전과 동일하다면 당장 내일부터라도 법인세 인상 저지를 위한 보수언론의 대대적인 공세가 계속될 것이다. 법인세 인상 반대 논리,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기업의 투자가 줄어든다. 법인세 인하가 글로벌 트렌드다.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저해되는 환경을 만든다. 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등. 

법인세 인상론자의 주장과 그 근거 또한 나올 것은 다 나왔다. “국내기업 또는 외국인 투자가 줄어든다는 실증적인 자료가 없다. 실효세율 인상이 글로벌 트렌드다. 많이 버니까 많이 낸다” 여기에 대기업 사내유보금이 얼마고, 가계부채가 어떻고, 중소기업에 대한 역차별 등의 주장이 더해진다.

법인세 인상 찬성과 반대 논리 각각 상반된 주장이 있고, 양자가 앞으로도 화해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법인세 인상론자이든 반대론자이든 주장의 종착역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 경제성장의 과실을 기업과 가계가 ‘공정하게’ 분배하자는 데로 귀결된다.

1980년대 30~40% 수준에서 머물던 법인세는 김영삼 정부에서 최고세율 28%로 조정됐다. 이후 김대중 정부 27%, 노무현 정부 25%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법인세를 인하했고, 법인세 인하 주장의 근거는 지금 법인세 인상 반대론자의 주장과 동일하다.

법인세 인상 반대론자들은 이제 답해야 한다. 계속된 법인세 인하를 통해서 기업이 얼마만큼 투자를 했고, 그에 따라 늘어난 일자리가 어느 정도인지. 그래서 국민 대중의 삶의 질이 어느 수준까지 향상됐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법인세 인상 반대를 통해 중소기업과 가계를 희생시켜 대기업만을 살찌우자는 것이 아니라면.

이번 법인세 인상 개정안을 제출한 윤 의원 역시 동일한 질문을 하고 있다. 윤 의원은 “지난 10년간 재벌 대기업에 대한 특혜 감세 조치로 국가 재정은 심각히 악화됐지만, 대기업 지원에서 발생한 낙수효과는 없었고 사내 유보금으로만 쌓였다”고 말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의 적용 대상은 전체 29만개 법인 중 417개로 0.14%이고,  3% 세율 회복으로 인한 연간 추가 세수는 3조원에 달한다.

법인세 인상 반대론자들이 윤 의원이 제기한 문제의식에 납득할 만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0.14%만을 국민으로 생각하고 나머지 98.6% 국민을 버릴 것이 아니라면, 이번만은 법인세 인상 반대 주장을 거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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