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2015 퇴직연금 주요동향’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체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15.9%이다. 전년대비 1.0%p 상승하는데 그쳤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체는 84.4%가 퇴직연금을 도입했다.

중소기업이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돈’이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은 30~300인 미만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7.5%가 사용자 부담금이나 수수료 납입 등 ‘자금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회사의 이익규모나 자금력이 좋아지면 퇴직연금을 도입하겠다’는 응답도 67.9%나 됐다. 결국 ‘돈’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이다.

퇴직연금은 노후를 대비하기 힘든 저소득 근로자에게 더욱 절실하다. 따로 사보험을 들어 노후를 대비하기 힘든 중소기업 근로자와 저소득 근로자들에게 퇴직연금은 분명 도움이 된다. 정부의 제도도입 취지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반대로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이 더욱 높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4년 기준 한국 근로자 평균 퇴직연령은 52세다. 예를들어 국민연금을 62세부터 받는다고 가정해도, 10년의 기간을 퇴직금으로만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퇴직시까지 노후대비를 할 여유가 없었다면, 50세가 넘은 나이에 제2의 취업을 해야 한다. 반면 대기업 근로자들이 같은 기간을 일했다면 한결 여유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 퇴직연금까지 차이가 생긴다면 노후 빈부격차가 더 심해지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중소기업과 저소득 근로자들의 퇴직연금 확대를 위해서는 이들이 우선적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정책적 제도적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 2018년 부터는 30인 미만 사업체의 경우 퇴직연금을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앞선 설문조사에 따르면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은 사업체의 1/3은 의무화 이후에도 퇴직연금 도입에 부정적이었고, 이 사업체들은 매출액 및 영업이익이 적은 사업체였다. 이 사업체들을 대상으로 의무도입을 추진한다 해도 가입할지 미지수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그나마 긍정적인 대답도 대다수가 ‘검토’ 수준이었다. 퇴직연금이 본연의 목표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책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