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의 특허소송 대리권에 힘을 싣는 주장이 나왔다. 기술전문성을 가진 변리사가 특허소송을 대리할 경우 소송이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원제 연구위원은 21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변호사는 소송 절차에만 특화돼있지 첨단기술의 실체 파악 등 기술전문성 확보에는 어려움이 있다. 변호사 단독으로 특허소송을 대리하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고 소송기간도 장기화되고 있다”면서 “공동소송을 허용하면 변리사도 법정에서 변론을 할 수 있어 소송 진행 과정도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특허소송에서는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인 부문에서 변리사의 자문이 필요해 기업들은 변호사와 변리사 모두의 도움을 받는다. 변리사는 법정에 앉아 있다가 변호사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경우 자문을 한다. 이렇게 할 바에는 변리사도 특허소송을 대리할 수 있게 공동 대리권을 허용하자는 것이 허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변리사의 특허소송 대리는 변호사업계와 변리사업계의 해묵은 논쟁이다. 변리사법 8조(소송대리인이 될 자격)에 따르면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소송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 변리사들은 이 법을 근거로 들며 특허소송 대리권을 요구하고 있다.

변리사가 대리할 수 있는 소송도 있다. 특허심판원의 특허유무효 결정에 불복하는 심결취소소송이다. 이 소송은 특허법원에서 진행된다. 문제는 특허침해소송이다. 침해소송은 일반법원에서 이뤄져 민사소송법에 해당한다. 민사소송법 87조(소송대리인의 자격)에서는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변호사들이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대리권을 인정하지 않는 근거다. 또한 변호사들은 특허침해소송은 기술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송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본, 독일, 영국은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조건부로 인정하고 있다. 21일 허원제 연구위원이 발표한 지식재산산업의 발전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일본변리사회가 실시하는 침해소송에 관한 연수를 수료하고 특허청 주최의 시험에 합격할 경우 변호사와의 공동소송 대리권을 인정한다. 

독일도 변리사가 소송에 참여하고 법정에서 진술할 수 있으며 판결문에 변리사의 이름을 표기할 수 있다. 영국은 특허변리사협회에서 송무인가증을 받은 변리사에 한해 변호사와 공동 소송대리가 가능하며, 특허지방법원에서는 변리사가 단독으로 소송을 대리할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은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허 연구위원은 “변리사와 변호사의 공동소송 대리 허용은 소송이 장기화되는 것을 다소나마 해소해 기업들의 소송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소송대리권 독점 문제는 소송당사자의 대리인 선택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므로 권익 보호 차원에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