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식품의 중국시장 진출방안을 알리는 설명회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기자의 신분을 말하고, 취재차 왔다 밝혔더니 행사 관계자가 대뜸 ‘취재서약서’를 내민 것이다. 수많은 취재를 다녔지만 이런 요구를 받은 적은 처음이었다. 살펴보니 특정일 특정시각까지는 설명회 관련 기사를 발행해선 안 되고, 기사를 발행하더라도 주최 측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었다. 아래로 갈수록 그 내용은 가관이었는데, 사진을 찍어서도 안 되며 펜과 노트를 이용해 취재해달라는 것이었다. 행사 발표자와의 인터뷰도 금지다. 서약서 말미에는 “위의 사항을 위반할 경우 발생하는 모든 불이익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본인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문구가 있어 어쩐지 위압감마저 느껴졌다. 행사 관계자는 서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취재를 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일단은 서명을 하고 설명회장으로 들어갔다.

무슨 유난인가 싶어보니 행사 공동 주최자인 모 언론사와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함께 자리 잡고 있었다. 그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갔다. 자사의 단독보도를 위해 다른 언론사 취재를 제한한 것이다. 특정 언론사가 단독으로 주최한 설명회라면 그래도 이해가 가는 행동이다. 자사의 비용을 들여 장소와 전문가를 섭외, 진행하는 행사니 어떻게 하든 당사자들 마음이다.

그러나 이번 설명회의 경우 정부부처와 함께 개최했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공동주최는 말 그대로 행사를 함께 기획해 열었다는 뜻이다. 정부가 기획에 참여했다면 국민의 세금이 사용됐다는 뜻인데 무슨 권리로 특정 언론사가 보도에 제한을 두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사전에 신청만 하면 누구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무료 행사라는 점에서 더욱 황당하다.

언론매체는 취재와 보도의 자유를 가진다.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공공복리, 타인의 기본권에 반하는 경우에는 제한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날 설명회는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식품기업에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정부의 지원정책을 소개하고 시장의 트렌드와 전략을 공유하는 게 행사의 주된 목적이었다. 보도에 제한이 있으면 매체는 다른 기삿거리를 찾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정부는 다르다. 물리상의 거리, 시간, 비용 등의 문제로 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한 기업이 있다면 이들에게도 정보를 알리고 수출을 돕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부처가 취재서약서의 존재여부를 알았는지 궁금하다. 만약 알았다면 무슨 생각으로 언론사의 뜻에 동의했는지도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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