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위상을 여전히 ‘경제검찰’로 존재하게 한 ‘전속고발권’이 또 다시 생사의 기로에 섰다. 2014년 1월 19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전속고발권의 배타적 권한 일부를 완화해 감사원, 조달청, 중소기업청 등이 고발을 요청하는 경우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고발토록한지 2년만이다. 당시 여야 합의를 통해 경제검찰의 배타적 권한을 약화시킨 배경에는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남용 또는 해태한다는 국민여론에 따른 것이었다. 불공정한 하도급 관행, 독점·담합 등 시장질서 교란, 대기업의 범죄행위에 대해 고발권을 독점한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들의 죄를 단죄할 수단 자체를 봉쇄했다는 비판이다.

이후 2년의 시간이 흘렀다. 더불어민주당 최명길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정위가 고발해야만 검찰이 기소하도록 한 조항을 아예 삭제한다. 최 의원은 전속고발권 제도가 “공정경쟁을 어지럽히는 대기업에 대한 재판을 공정위가 제한하는 구시대적 제도”라며 “대기업 횡포에 면죄부를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 등으로 피해를 받고 있는 당사자인 중소기업 관계자는 물론 일반 시민도 재판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사건접수 및 처리 현황을 분석한 통계연보’(2014년)에 따르면, 4079건의 처리 사건 중 검찰 고발로 이어진 경우는 62건으로 1.5% 수준에 불과했다. 전속고발권을 약화시켰던 2년 전이나 아예 폐지하자는 지금이나, 주장과 논거가 똑같다면 공정위는 분명하게 국민들에게 답해야 한다. 납득할만한 해명이 없다면 국민들은 공정위가 지난 2년간 했던 일과 역할 모두를 불신할 수밖에 없다. 공정위의 가장 핵심적인 업무가 ‘공정한’ 시장질서 유지가 아닌가.

공정위의 역할에 대한 정치권의 시각 또한 냉랭한 정도를 넘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지난 21일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는 한국 경제에서 일상화된 독점의 폐해에 손을 대겠다는 의지의 상징이 될 것이며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국 경제에서 일상화된 독점의 폐해’에 대해 공정위가 한 일이 무엇이냐는 엄한 질책인 것이다. 집권 여당 또한 다르지 않다. 21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독과점 규제 등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일부 대기업의 방만한 가족 경영 풍토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독과점’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 공정위의 태만을 반증하는 말이다.

2년전엔 내상을 입긴 했지만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공정위 스스로가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지 못하면 전속고발권 폐지 수준 이상의 국민적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여소야대다. 19대 국회는 막을 내렸고 지금은 20대 국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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