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자금 공급처인 은행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고삐를 바짝 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에겐 핏줄이나 마찬가지인 돈줄마저 막아버린 셈이다.

중소기업 대출비중 추이

잔액기준<자료=중소기업연구원>

27일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예금은행 전체 기업대출에서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91.4%였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락하기 시작해 2015년 76.7%까지 떨어졌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대출기준을 기업의 신용이나 성장보다 채권 회수를 위한 담보능력에 맞추는 등 급선회한 보수적 경영에 따른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담보여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은행문턱을 넘기가 더 어려운 형편이 됐다.

중기연구원 김광희 선임연구위원은 27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안정성을 바탕으로 자기자본을 강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BIS비율이다. BIS는 자기자본을 돈이 떼일지 모르는 위험자산으로 나눈 비율인데, 8% 이하로 떨어지면 부실은행으로 간주된다.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은행의 보수적 경영은 여전한 반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중소기업의 은행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중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중소기업의 간접금융 비중은 75%였지만 대기업은 25%다. 또 중소기업의 직접금융 비중은 3%인 반면 대기업은 97%다. 직접금융이란 주식·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구하는 것이고, 간접금융은 대출 등 금융권을 통해 융통하는 것을 말한다. 중소기업의 직접금융 비중이 3%라는 의미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경우 중소기업은 기업운영자금을 사실상 구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중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소기업의 간접금융은 575조6000억원인 반면 직접금융은 2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간접금융 비중이 99%로 2014년과 비교해 2%포인트 상승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진행 속도를 다소나마 누그러뜨리는 것과 함께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느 때보다 은행의 제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란 얘기다.

한편 만성적 한계기업 증가율은 대기업의 경우 2009년 9.3%에서 2004년 14.8%로 5.5% 포인트 늘었다. 그리고 중소기업은 13.5%에서 15.3%로 1.8% 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억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증가율은 대기업과 비교해 3.7%포인트나 낮았다.

한계기업이란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수입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을 말한다. 자본의 효율적 배분이란 측면에서 보아도 한계기업 증가율이 낮은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이다. 은행이 은행 본연의 역할, 우산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적시에 우산을 제공한다면 투자 대비 효율성 측면에서 대기업과 비교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강하다는 것을 한계기업 증가률 수치가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연구위원은 “경기 불안정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은행의 위험회피적 대출행태를 비난할 수만은 없다”면서도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점을 감안하면, 은행 대출 기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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