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를 강타한 ‘알파고 충격’이 인공지능 업계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일반인과 투자자의 관심을 높인 점은 호재이나, 마치 전지전능한 존재인양 기대감을 높여놓은 것은 악재라는 목소리도 있다.

인공지능 스타트업 코노랩스 민윤정 대표는 28일 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한 굿인터넷클럽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업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으나 실생활에서 인간이 하는 일을 대체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기술, 제도, 윤리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면서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가 과도해졌다. 인공지능이 곧 알파고라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호재도 있다. 민 대표는 “관심이 높아진 건 긍정적이다. 우리 같은 기술 스타트업은 투자유치에 장벽이 있는데, 인공지능에 대해 쉽게 얘기할 수 있게 된 건 이로운 면”이라면서도 “붐이 금방 꺼질까 걱정이다. 아직 풀어야 할 과제들이 있어 바로 튀어 오르기 어려울 수 있다. (투자자나 사용자가) 그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민윤정 대표는 창업 전 다음에서 19년간 몸담으며 사내벤처 육성을 맡다 2014년 퇴사해 코노랩스를 차렸다. 코노랩스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일정관리를 해주는 앱이다. 사람들이 어떻게 일정을 잡는지 분석한 뒤 기계에게 학습을 시켜 대신 일정을 잡도록 만드는 서비스다. 7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SK C&C는 알파고 이슈로 인공지능 투자 동력을 얻었다. 지난 5월 이 회사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의 한국 내 사업권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일반에는 구글의 알파고가 더 유명하나 역사로 따지면 IBM이 더 오래다.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딥블루는 1997년 체스 세계 최고수를 꺾었고, 2011년에는 IBM 왓슨이 유명 퀴즈쇼의 역대 퀴즈왕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IBM 출신인 SK C&C 에이브릴플랫폼팀 장현기 팀장은 “SK C&C는 IBM과 지난해부터 협상해 왔다. 왓슨의 국내사업 여부를 두고 이슈가 많았는데 알파고 덕에 넘어갈 수 있었다”며 “인공지능의 기술적인 발전과 이를 가지고 돈을 번다는 건 전혀 다른 얘기다. 알파고가 구글의 주가를 올려놨을지 모르나 그걸로 돈을 버는 건 아니다”라며 “인공지능으로 돈을 벌기위한 현실적인 모델이 IBM의 왓슨”이라고 소개했다.

왓슨의 한글화 작업은 50% 가량 진행됐다. SK C&C는 올해 중 왓슨의 API 6개를 공개할 계획이다. 왓슨 로봇과 인간이 대화를 나누기 위한 기술, 말을 글로 변환하는 기술 등을 외부에 공개한다는 의미다. 장 팀장은 “왓슨이 API를 공개하면 다른 곳도 하지 않겠나. (인공지능을 연구 중인) 네이버도 이번 기회에 공개해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