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2011년 6월 초안을 낸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이 오랜 논란 끝에 올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김영란법의 핵심은 1회에 100만원 이상, 연간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주고받을 경우 대가성을 입증할 수 없다 해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정상적인 관계라면 이런 돈을 하등 이유없이 주고 받지 않는게 상식이다. 진작 시행됐어야 할 이 법을 두고 곳곳에서 압력과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전경련·대한상의 등 경제6단체는 최근 “김영란법을 통해 공공부문의 신뢰 향상을 기한다는 취지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유례없는 수출 부진과 내수 위축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필요해 김영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6단체에 포함된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선물을 업종 구분없이 일률적으로 규제함으로써 선물 매출이 중심인 농축수산물유통과 화훼, 음식점 소상공인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인 소상공인·농림축산수산인에게 피해가 집중될 우려가 있다”고 김영란법 개정을 촉구했다.

김영란법을 개정하자는 경제단체들의 주장에 중소기업청과 준정부기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마저 동조하고 나섰다. 소상공시장진흥공단이 실시한 ‘김영란법 실행에 따른 소상공인 영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 소상공인의 월 평균 매출 31만원, 1일 평균 고객은 0.5명이 감소한다. 이에따른 연간 매출 감소액만 2조6000억원에 이른다. 새누리당 곽대훈(대구 달서구 갑) 의원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은 실태조사를 근거로 지난 6월13일 국민권익위에 음식물·선물 허용가액 3~5만원을 8만원으로 상향시키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중기중앙회 역시 동일한 조사결과를 근거로 3만원 이하, 선물 5만원 이하, 경조사비 10만원 이하로 규정한 허용가액이 과도하다며 모두 2배 이상으로 조정해 줄 것을 국민권익위에 요구했다.

경제단체들이 주장하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는 너무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다. 특히 농림축산수산인의 피해를 김영란법 탓으로 돌리는 것은 현실을 외면했거나 호도하는 것이다. 농림축산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국내 농축산물 보호를 외면한 결과 생산가격 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 따른 것이다. 농림축산업의 문제는 ‘선개방 후대책’만을 주장하며 농업의 경쟁력을 농민들에게만 전가했던 정부, 그리고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반사적 이익을 누려왔던 경제계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중 하나다. 김영란법 운운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김영란법은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청렴한 사회로 가는 첫 걸음마에 불과하다. 지금도 이미 늦은 법률이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김영란법에 대한 ‘을’들의 반발
• 관련기사 ㅣ 김영란법 내수침체 외치는 언론들의 속내
• 관련기사 ㅣ 시행도 안된 김영란법 예외부터 만들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