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에서 씽크대·붙박이장 등을 만드는 A가구업체는 분양을 앞둔 아파트에 이를 납품하기로 했다. 납품을 하기 전에 씽크대·붙박이장에 대한 환경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모두 6개의 환경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A업체 대표는 “인증시험에 응하는데만 3개월 가량 걸린다”며 “가뜩이나 불황 속에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 정부부처마다 적용하는 환경기준이 제각각이어서 부담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가구제작업체는 정부부처마다 중복된 환경기준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한다. 사진은 한 가구공장에서 가구를 만드는 모습.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사진=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

유사하고 중복된 정부의 환경기준이 가구산업계의 성장을 막고 있다는 업계 목소리가 적지 않다. 6일 가구산업계에 따르면, 가구제품에 대한 친환경기준은 4개 부처에 걸쳐 6종에 이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과 ‘산업표준화법’에 따라 폼알데히드 등 오염물질을 규제하고, 환경부는 ‘환경기술개발 및 지원법’에 따라 폼알데히드·VOCs(휘발성유기화합물) 등 오염물질을 규제한다. 또 국토교통부는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과 ‘주택법’에 따라 TVOC(총휘발성유기화합물)·폼알데히드 등 오염물질을, 산림청은 ‘목재이용법’에 따라 폼알데히드 등 오염물질을 규제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 대표는 “아토피 치료에 좋다는 편백나무를 재료로 만들었는데, 인증시험 과정에서 VOCs 성분이 검출됐다는 이유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며 “TVOC 기준도 산업부(4.0㎎/㎡), 국토부(0.25㎎/㎥) 각각 달라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오염물질을 막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부부처마다 기준도 다르고 여러 중복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업체의 얘기다.

㈔가구산업발전전문위원회 정오균 사무국장도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손톱밑 가시’를 개선한다고 했지만, 업계에서는 ‘따로국밥식 중복 규제’ 때문에 경영부담이 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 국장은 또 “인증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정해진 기준에 적합하다는 점을 증명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정부 부처별로 인증제도를 남발하는 바람에 중소기업에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구제품에 대한 정부부처별 친환경 규제 기준<자료=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

이와관련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해부터 규제개혁 현장점검회의를 통해 환경인증제도를 개선대상으로 정했다.

국무조정실 배진한 규제정보연구관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가구제품 친환경규제와 관련해서 아파트(실내)냐 외부냐 등 공간에 따라 적용되는 기준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유사한 기준은 앞으로 KS기준으로 통일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배 연구관은 “현재 중복규제와 관련해서 건설기술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다”며 “선진국 사례와 비교 검토하고, 시험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정해 이르면 연내 중복규제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가구산업계에는 1300여개 업체, 3만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가구업계의 연간 매출액은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가구산업은 특히 원·부자재인 목재·철강금속·유리산업·인조석 등 전후방 산업연관효과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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