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 했다. 땀흘려 일하고 성실히 납세하는 내 삶이 특정계층에게는 그들을 위해 노역하는 개, 돼지의 삶으로 비춰졌던가 하는 자괴감이 드는 순간이었다.

국민의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천박했다. 한 언론사와의 회식자리에서 한 “민중은 개, 돼지이며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는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발언은 대중을 분노로 들끓게 했고, 결국 그를 파면에 이르게 했다. 그는 울먹이며, 실언이었다 해명했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한 개인의 실언이었다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언사가 이토록 큰 공분을 산 것은 이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이미 한계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은 우리사회의 상위 1%가 소득이라는 천박한 기준을 근거로 나머지 99%를 바라보는 시각일 수 있다는 생각에 섬뜩하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흙수저들의 박탈감이 크다. 조정래 작가는 12일 자신의 신작소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99%가 개, 돼지라면 그들의 세금을 받아먹고 사는 이들은 기생충이거나 진딧물”이라는 사이다 발언을 했다. “조선의 양반들은 세금도 내지 않았고 국난이 와도 군대를 가지 않았다”며 “그래서 봉건왕조는 나쁜 것이고 결국 나라를 뺏겼다”고 말이다.

어쨌든 ‘정신 차리고 살아야겠다’ 마음먹게 만들고, ‘점심사료 드셨어요?’라는 웃지못할 유행어를 만들어냈으니 그를 기특하다 해야할까? 정신 차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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