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출된 응모작은 반환하지 않으며 본 공모전 수상작에 대한 지식재산권(특허,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 저작권 등)은 ○○ ○○○○○에 귀속됩니다”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 계열사가 지난해 개최한 공모전의 공모요강에 나오는 문구다. 이처럼 국내 다수의 공모전에서 출품된 아이디어에 대한 권한을 주최측이 가져간다는 요강을 발견할 수 있다. 불공정약관으로 운영되는 이런 공모전에 응모한 경우에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주최측에 일방적으로 빼앗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특허청이 지난해 1월부터 11월사이 개최된 아이디어·기술 관련 공모전 201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최측이 응모된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가져가는 경우가 47%에 이른다. 반면 아이디어 제안자가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갖도록 명시한 경우는 18%에 불과했다. 제안자와 주최측이 함께 권리를 갖는 경우는 2%였으며, 권리규정이 아예 없는 경우도 33%에 달했다.

또 응모된 아이디어에 대한 도용이나 외부유출 방지를 위해 ‘비밀유지’ ‘공모전 종료 전후의 반환·폐기’ 등을 언급한 공모전은 1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밀유지 수단이 미비해 아이디어 도용이나 유출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특허청은 28일 한국지식재산센터에서 ‘아이디어 창출·보호·활용 시책 설명회’를 개최하고, 지난해 12월 발표한 ‘공모전 아이디어 보호 가이드라인’과 지식재산권 보호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중기이코노미

특허청, ‘공모전 아이디어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 

특허청은 공모전 주최측이 응모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아무런 제한없이 가져가는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고, 창조경제 실현의 주체인 국민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공모전 아이디어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한국지식재산센터에서 지난 28일 열린 ‘아이디어 창출·보호·활용 시책 설명회’에서 특허청 산업재산보호정책과 김동국 서기관은 “주최측이 상장과 상금을 수여한 후 수상 아이디어에 대한 모든 권리를 소유해 제안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가이드라인 제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의 적용대상은 공공과 민간의 아이디어 공모 행사·대회·프로그램 등이다. 창업아이템 공모전, 발명대회, 앱 공모전 등 우수 아이디어 발굴과 활용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모두 포함한다. 이 가운데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은 올 1월부터 우선 적용되며 민간은 자율적으로 확산되도록 할 계획이다.

김 서기관은 “가이드라인은 권고사항이어서 집행되지 못할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가이드라인보다 아이디어 제안자에게 불리하게 규정된 공모전 약관은 공정위의 불공정약관 심사대상에 포함되도록 공정거래위원회와의 협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정부가 개최 자체를 제재할 수 없는 민간 공모전의 경우 공정위를 통해 가이드라인 준수를 유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응모된 아이디어 권리, 제안자에게 귀속’ 공고해야

가이드라인은 응모된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제안자에게 귀속되도록 명문화했다. 이는 특허법 등 지식재산 제도의 기본원칙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공모전 주최측은 “응모된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는 아이디어 제안자에게 있다”는 형태의 약관규정을 공모전 개최시 공고해야 한다. 현재 다수의 공모전에서 사용되고 있는 “출품작의 지식재산권 및 일체의 권리는 주최/주관/후원기관에 있다”는 형태의 약관은 불공정약관이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자료=특허청>

또 주최측은 아이디어 제안자가 응모한 아이디어를 보호할 수 있도록 특허 등 지식재산권 획득에 관한 사항을 공지하도록 했다. 현행 특허법은 아이디어에 대한 설명, 시연, 발표, 책자나 리플렛 등의 배포, 박람회 전시 등을 할 경우 12개월 이내에 특허출원을 하지 않으면 아이디어가 공공의 소유가 된다. 제안자라 하더라도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를 공모전 주최측이 사전에 공지하도록 의무화했다.  

 

공모전에 제안된 아이디어가 공모 개시부터 결과발표 이후까지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보안조치도 의무화했다. 특히 제안자에게 응모 철회나 아이디어의 반환 권리가 있다는 것도 명문화했다. 제안자가 응모 철회를 요청할 경우 주최측은 아이디어 관련 자료를 폐기해야 하며, 자료 반환을 요구할 경우에는 이에 응해야 한다고 정했다.

주최측의 권리도 명확히 했다. 현재는 수상작에 대한 모든 권리를 주최측이 일방적으로 소유하고 있는데, 이를 통상실시권이나 우선협상권으로 구체화했다.  

      

이에 따라 주최측은 제안자와의 협의를 통해 제안된 아이디어를 일정 기간동안 협의된 범위 내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제안자로부터 아이디어의 구매를 원할 경우 공모전 결과 발표 후 4개월 간 우선협상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주최측의 권한을 제한하면서 제안자에게는 선택권을 강화한 것이다.

주최측과 제안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해결수단도 다양화했다. 현재는 주최측과 제안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소송 이외에는 해결방안을 찾을 수 없었다. 가이드라인은 양측이 대화와 협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우선시 하되, 해결되지 않았을 때는 주최측이 제안자에게 조정기관, 중재기관, 법원 중 하나를 선택해 분쟁을 해결할 기회를 주도록 했다. 또 주최측이 의무사항을 위반해 제안자에게 손해를 입혔을 경우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명시했다.

특허청은 “이번 가이드라인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각종 아이디어 공모전 운영에서 불공정한 관행을 바로잡고, 제안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최초로 마련된 기준”이라며 “앞으로도 국민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정당하게 보호되고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법·제도 정비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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