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상점 없는 소상공인과 고객의 공간”

2025년
5월 24일(토)

중기이코노미TV 경영정보 오피니언 우린 중기인 예술을 읽다 핫클릭

보내는 기사	“대기업 상점 없는 소상공인과 고객의 공간”

라운지우린 중기인

“대기업 상점 없는 소상공인과 고객의 공간” 상인들 거리문화 조성…보정동 카페거리 상가번영회 우경수 회장

기사입력2016-07-16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카페거리. 유럽의 어느 작은 마을에 온 것처럼 아기자기하고 이색적인 상점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중기이코노미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카페거리. 유럽의 어느 작은 마을에 온 것처럼 아기자기하고 이색적인 상점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이 거리에서도 가장 오래됐다는 북카페 ‘에코의 서재’, 영국식 맥주전문점 ‘문스펍’, 대표의 별명을 상호로 정했다는 쥬얼리숍 ‘오드리’ 등 120여개의 카페, 레스토랑, 옷가게, 액세서리류 상점들이 들어서있다. 이곳은 시끄러운 음악이 거리를 점령하지 않았고, 시간이 허락된다면 하루종일이라도 머물고 싶은 편안함이 있다.

보정동 카페거리 상가번영회 우경수 회장이 운영하는 스타일리쉬 빵집 ‘W Style’ ©중기이코노미

보정동 카페거리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상점을 찾아볼 수 없는 소상공인들의 공간이다. 2004년 개발된 죽전택지개발지구 내 점포병용주택지로, 작은 규모의 테마카페들이 자연스럽게 하나 둘 생겨나 유명해진 거리다.

카페거리에서도 가장 안쪽에는 보정동 카페거리 상가번영회 우경수 회장이 운영하는 스타일리시 빵집 ‘W Style’이 있다. 우 회장은 프랑스에서 제과를 전공하고, 현대백화점 베이커리 부문을 총괄한 26년 경력의 빵 전문가다. 그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동안 자신만의 빵집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가 꿈꾸는 빵집의 구조와 스타일, 규모를 고려했을 때 서울도심에서는 임대료 등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보정동, 그것도 가장 구석진 곳을 선택했다.

“지금 W Style이 들어선 주변은 자동차들의 불법주차공간이자 쓰레기 상습불법투기 지역이었습니다. 이곳에 점포계약을 하고 두달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해 8월 W Style을 오픈했죠”

하지만 그는 참담한 결과와 맞닥뜨려야 했다. “자신감과 의욕이 앞섰다”는 우 회장은 빵 만드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기에 오픈과 동시에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라 착각했다고 한다. W Style이 문을 연 것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던 시기였다.

우경수 회장은 프랑스에서 제과를 전공하고, 현대백화점 베이커리 부문을 총괄한 26년 경력의 빵 전문가다. ©중기이코노미

개업식은 성대했다. 80여개가 넘는 화환들이 가게를 둘러쌓고, 우 대표는 매출 600만원을 목표로 빵을 만들었다. 하지만 거리는 적막했다. 간간히 들어오는 손님들은 마스크를 쓰고 손소독제를 먼저 찾았다. 영업을 끝내고 정산하니 80만원을 벌었다. 가게 문을 열기위해 4억여원의 빚을 낸 그는 매일 아스피린과 청심환을 먹어야할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힘든 건 저 하나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곳 보정동 카페거리는 한때 드라마 촬영장소로 소문나 많은 사람들이 찾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방문객 수가 줄고 문을 닫는 가게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사람이 찾는 거리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카페거리 상인들과 힘을 모았다. 단순히 먹고 마시는 곳이 아닌 사람들이 와서 느끼고 즐기는 문화가 있는 거리가 돼야 오래 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용인시청, 용인문화재단 등을 찾아다니며 거리 환경개선을 지원해줄 것을 설득한 끝에 지난해 10월부터 거리 환경개선 사업을 시작했다. 낡은 아스팔트를 모두 걷어내고 도로와 인도를 구분하는 공사를 했다. 각 점포 앞에는 나무를 심고 녹지를 조성했으며, 카페거리 내 4개 라인을 모두 일방통행으로 바꿨다.

위 사진은 보정동 카페거리 환경개선 사업 전(왼쪽)과 현재 모습. 아래는 보정동 카페거리에서 열린 버스킹 공연과 꽃 콘서트, 거리그림전시, 플리마켓 등 문화행사<사진=중기이코노미/보정동 카페거리 상가번영회>

가장 인적이 드물고 온갖 쓰레기가 쌓여있던 장소에는 포토존을 설치하고 쉴 공간도 마련했다. 버스킹 공연과 꽃 콘서트, 거리그림전시, 벼룩시장 등 각종 문화행사를 열었고, 미술을 전공한 우 회장의 아내를 주축으로 거리 시설물들을 꾸미는 작업도 진행했다. 거리에 다시 활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말 카페거리에서 진행한 할로윈 데이 축제에는 약 1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방문했다.

“남녀노소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할로윈 복장으로 마음껏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해 색다른 체험을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것이죠. SNS와 현수막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축제가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올해 할로윈 축제도 약 1만5000명의 방문객이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W Style은 이제 카페거리에서도 ‘핫’한 가게로 매출액도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오늘 가게 혹은 이 거리에 손님이 찾아왔다면, 내일 또 그 이후에도 찾고 다른 고객과 함께 올 수 있어야 오래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보정동 카페거리가 다시 활기를 찾으면서 인근 광교·판교·동탄 등에도 유사한 거리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다른 카페거리에서 벤치마킹하러 많이 찾아옵니다. 오늘도 대만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는데, 그 중에는 대만 베이커리 업자들도 어떻게 알고 찾아왔더라고요”

카페거리는 시장과 마찬가지로 소상공인이 밀집한 공간이고, 누구 하나가 열심히 해서 잘 되는 곳이 아니라 상인들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는 곳이라는 우 회장. 그는 “시장문화가 발달한 유럽은 시장마다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며 “‘주말이니까 전통시장 혹은 카페거리에 가서 놀아볼까?’ 하는 장소들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