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이동통신사업자 SK텔레콤과 케이블TV·알뜰폰 사업자 CJ헬로비전의 ‘빅딜’이 결국 무산됐다. 지난 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에 불허 통보를 내린데 이어 18일 인수·합병 금지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이날 공정위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및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 건을 심사한 결과 이번 기업결합이 유료방송시장, 이동통신 소·도매시장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기업결합 자체를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SK텔레콤은 CJ오쇼핑이 가지고 있는 CJ헬로비전의 지분을 30% 인수하고,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을 합병하려는 구상이었다. 존속법인은 CJ헬로비전, 소멸법인은 SK브로드밴드다. SK텔레콤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기업결합 사항을 지난해 12월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날 공정위는 주식 취득과 합병 모두 금지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유료방송 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CJ헬로비전의 방송구역은 23개로, 현재 이 회사는 17개 구역에서 1위 사업자다. SK브로드밴드와 합병시 1위 지역은 21개로 늘어난다. 공정위는 “CJ헬로비전이 IPTV사업자 중 가장 유력한 SK브로드밴드와 결합함으로써 케이블TV 요금 인상을 억제하던 경쟁 압력이 크게 약화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CJ헬로비전은 점유율이 높은 지역에 더 높은 요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유율이 15.6%인 경기 의정부에는 요금 8000원(아파트·단독주택)을 책정한 반면 점유율 53.1%인 부천·김포에는 1만2000원을 부과 중이다. 점유율 36%인 대구 동구에는 1만원(단독주택 기준), 점유율 62.4%인 경북 경주·영천·경산에는 1만3000원을 부과하고 있다.

이동통신 소매시장 경쟁 제한도 문제 삼았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해 경쟁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다. 공정위는 “CJ헬로비전은 적극적인 마케팅, 가격, 품질 면에서 기존 통신사들을 견제해 왔다”며 “인수합병은 이동통신 소매시장의 경쟁 활성화 및 요금 인하 경쟁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공정위 판단을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변화를 이끌고 소비자후생을 늘리며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인수합병을 추진했으나 불허 결정을 받은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이번 결정을 수용하며 국내 미디어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동통신, 유료방송 시장에서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두 회사는 합동 보도자료를 통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가져올 독과점 심화, 소비자 후생 저하를 우려해 금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공정위 결정을 존중한다”며 “앞으로도 공정한 경쟁을 통해 방송·통신 산업 발전과 소비자 편익 증대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