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과정에서 김민재 안전행정부 윤리담당관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빚만 8억원에 이르고 신고한 재산도 마이너스 7억원에 가까운데도 기부를 했다며 “이상하다. 빚이 있어도 기부 같은 걸 했다. 나같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다. 작년에도 꼼꼼히 봤지만 비리를 찾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한 국가의 공직자윤리위원회 실무를 책임진 간사가 기자설명회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 말이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를 2개월여 앞두고 ‘비리’를 운운해 박 시장을 흠집내기한다며 들고 일어섰고, 당사자 김 윤리담당관은 “문제가 없다는 것을 표현한 방식의 차이”로 해명했지만, 우리가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은 공직윤리 전문가가 은연중에 드러낸 의식수준과 전문성의 실망스러움이다.

윤리는 사람이 당연히 행동하고 지켜야할 도리를 말한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세 모녀가 죽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내리는 대한민국 현실을 모른체하지 않는 것도 윤리의 하나다. 기부를 행한 박 시장의 속내까지 알 수 없으되, 외면으로 드러난 기부행위 자체는 마땅히 존경하고 부러워할 일이다. 적어도 공직자윤리를 책임지는 간사의 입을 통해 이해하기 힘든 일로 치부될 일은 아니다.

재산은커녕 빚만 잔뜩 져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처지에 남을 돕는 오지랖 넓음을 빈정댈 수 있다. 수신제가도 못하는 주제에 무슨 치국평천하를 논하겠느냐며 비아냥댈 수도 있다. 장삼이사들과 마찬가지로 김 윤리담당관 역시 그런 입장에서 기부는 상상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해 못하겠다고 느끼는 것과 듣는 자리에서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사사로운 자리에서 개인의 소회를 쏟아내는 것과 공식적인 자리에서 ‘100%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격이 다른 문제다. 우리가 이것을 선거라는 정치의 논리보다 대한민국 공직윤리위원회라는 전문성의 논리로 우려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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