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지정 제도 완화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졸속으로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전국을살리기운동본부’ 주최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완화와 중소상공인 업종 등 영향분석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지정 기준을 상향 조정한 입법예고안은 충분한 검토없이 진행했다고 입을 모았다.

입법예고안이 나온 데는 지난 4월11일 전경련이 대기업집단 규제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경제성장에 따라 10조원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부터다. 같은 달 26일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카카오라든가 (대기업들이) 뭘 좀 해보려고 하는데 대기업으로 떡 지정돼서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게 되면 누가 더 크려고 하겠나”며 전경련과 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어 6월1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서 대규모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현행 자산기준 5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19일 열린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완화와 중소상공인 업종 등 영향분석’ 토론회에서 대기업집단지정 기준을 상향한 공정위의 입법예고는 충분한 검토없이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이런 맥락을 지적하며 “공정위는 박 대통령 발언 이후 두달만에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며 “이 개정령(안) 하나로 38개 법률이 영향을 받는다. 또 대기업의 SSM(Super Supermarket, 기업형슈퍼마켓) 설치 등 골목상권 침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충분히 검토를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최운열 의원도 “대기업집단지정 제도가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하나의 단일 기준을 가지고 38개 법령이 영향을 받는 이런 법체계가 맞지는 않다고 본다”며 “시행령으로 인해 기존 법률이 무력화되는 상황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자산기준이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바뀐 이유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박사는 “2014년 전경련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궁극적으로 대기업집단지정 제도 폐기가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경제계에 영향을 미칠 법안이 충분한 논의없이 대통령과 관련 이해단체의 의견에 따라 급하게 추진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경쟁정책국 기업집단과 김정기 과장은 “이슈가 된 것은 최근이지만 3~4년전부터 얘기를 해온 사안이다. 2014년 12월에는 기재부와 각각의 TF까지 구성했고 그때부터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김 과장은 “7년만의 개정으로 인해 논란이 커진 감이 있는데, 이번 개정령(안)에 3년마다 논의하는 방안을 추가함으로써 향후 논란을 줄이려고 한다”고 했다.

한편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8일 개정령(안)에 대한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의견서에서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획일적으로 기준을 상향할 것이 아니라 국회 각 상임위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법률개정을 통해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경제개혁연대의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공정위가 이번 의견서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 기다리고 있다”며 “의견서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국회와 연계해 관철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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