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미네랄 성분이 함유된 천일염을 왕대나무에 담아 죽염을 제조하고 있다.<사진=한국죽염공업협동조합>

“죽염이야말로 수산업과 제조업, 그리고 의료관광상품화 등으로 융합할 수 있는 6차산업의 대표적인 모델입니다. 바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인 것이죠. 하지만 죽염에 대한 정부 인식이 편협해 안타깝습니다”

정락현 한국죽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미래 후손들에게 남겨줄 유산으로 죽염을 첫손으로 꼽으면서도 안타까운 심정도 함께 드러냈다.

죽염은 염전에서 길어올린 천일염을 대나무에 담아 이를 아홉차례나 불에 구워 나온 소금이다. 게다가 화석연료가 아닌 소나무·송진 등 천연연료만을 사용해 2500℃ 이상에서 용융하는 죽염 제조법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죽염과 천일염 등을 소금으로 한데 묶어 인식하는게 보통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 정책도 천일염 중심의 소금정책뿐이다.

◇“죽염 인식 편협…정부정책서도 홀대”=최근 해양수산부가 목포대·부경대·제주대 등에 천일염 백신 개발과제를 의뢰했다. 이들 3개 대학 수산연구센터에서는 천일염 백신을 개발중이고, 천일염 숙취해소제 등 11종은 산업체에 기술이전을 앞두고 있다.

고길용 죽염조합 전무는 학술적인 연구가 뒷받침된다면 세계적인 ‘명품 소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기이코노미

그도 그럴것이 죽염이나 천일염은 화학기호가 같은 ‘NaCl’(염화나트륨)이다. 이에 대해 함경식 목포대 교수(식품공학)는 의미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함 교수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천일염을 굽는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분자구조가 만들어지는데, 사람의 건강기능효소를 생성하는 물질임이 밝혀졌다”며 “연구논문을 곧 국제적인 학술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죽염에 대해 학술적으로 접근한 논문이 드물었다. 최근들어 죽염을 대상으로 한 석·박사 논문들이 나오기 시작했을 뿐이다. 한국독성학회·한국응용약물학회·대한치과의사협회·식품영양과학회 등 학계에서 죽염 관련 연구논문을 하나둘 발표하고 있다. 함 교수는 “그동안 죽염정책의 필요성을 설득할만한 과학적인 연구자료가 부족했다”며 “최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들이 한해 평균 10여편 가량 나오고 있어, 죽염(죽염정책)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죽염, 식품 넘어 치료 효능 무궁무진”=죽염조합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 한 대기업이 ‘죽염치약’을 내놓으면서 죽염이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09년 죽염에서 쇳가루가 나왔다는 TV 방송이 나오면서 위기를 맞았다. 때마침 식약처가 쇳가루가 아니라 자성(磁性) 성분을 띤 미네랄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오히려 죽염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마치 거대한 용광로를 보는 듯한 화력은 무려 2500℃가 넘는다. 불의 강력한 에너지는 온갖 독소와 노폐물을 무독화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태움과 굽는 과정을 아홉 번 걸친 후 죽염이 탄생한다.<사진=한국죽염공업협동조합>

고 전무는 “우리나라는 음식을 소금으로 저장하는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며 “죽염을 2차 상품으로 개발할 경우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고려인삼을 예로 들면서 “죽염에 대한 성분분석을 본격화할 경우 고려인삼과 비교될 정도의 상품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죽염과 관련한 상품이 적다보니 시장이 넓지는 않다. 죽염조합에 따르면 죽염업체는 57곳으로, 대개 10인 미만인 영세한 수준이다. 시장 규모도 대략 10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10% 가량을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홍콩 등 동남아시아와 미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

죽염조합의 운영을 맡고 있는 고 전무는 죽염 효능의 탁월성을 입증하는 연구개발을 돕고 있다. 그는 “한의학계나 식품학계 등과 함께 죽염의 항암성·항비만성·항알레르기 등을 규명하고 있다”며 “아직 민간요법으로만 알려져 있는 죽염의 건강기능성이 과학적으로 밝혀진다면 한국 죽염의 세계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죽염으로 폐결핵·아토피 치료한 ‘죽염 전도사’

정락현 한국죽염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중기이코노미

정락현 한국죽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모든 음식에 죽염 1~2g을 꼭 타서 먹을 만큼 죽염 사랑이 남다르다. 지난해 청와대에 초청된 자리에서는 건배사를 ‘죽염’이라고 외칠 정도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죽염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죽염 전도사’를 자처하는 정 이사장은 어린 시절 폐결핵과 아토피를 심하게 앓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중·고등학교를 각각 1년씩 휴학하기까지 했다. 그의 고향인 전북 부안의 개암사에서 요양하다 사찰에서 민간요법으로 전해 내려오던 죽염을 처음 접했다. 죽염을 섭취하면서 건강을 회복한 그는 대학졸업후 한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죽염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결국 그는 고향 부안에 ‘개암식품’이라는 죽염공장을 설립한다. 개암식품은 죽염을 납품하고, 죽염비누·죽염화장품 등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상품화한 ‘죽염치약’은 사실 그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당시 LG는 ‘소금치약’을 내놓았지만 시장에서 실패한 직후였다. 죽염치약의 개발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해 수차례나 대기업에 드나들었지만 잡상인 취급하며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때마침 기술개발 담당 임원을 만나 설득 끝에 죽염치약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그는 죽염을 더 알기위해 서울대 보건대학원 과정을 수료했으며, 죽염과 관련된 책도 2권이나 펴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해 평균 4차례 이상 대중강연을 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소금은 물, 공기와 더불어 국민건강을 좌우하는 3대 물질”이라며 “소금을 대나무 통에서 아홉 번 구워내는 죽염은 천연 미네랄 명품소금으로서 훌륭한 자원”이라고 말했다. 죽염이 먹거리에 국한되지 않고 치료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임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죽염업체 대부분이 연매출 1억원에도 못미치는 가내수공업 형태를 띠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죽염산업을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선정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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