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단가후려치기, 하도급대금 지연지급 등 ‘갑의 횡포’를 일삼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수혜기업으로 지탄을 받아 온 현대차, SK, 한화 등 대기업 계열 SI업체들이 중소업체를 상대로 지급해야 할 대금을 부당하게 깎거나 제대로 주지 않은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STX그룹 계열 SI업체인 포스텍은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부당단가 인하, 서면지연발급, 선급금 지연지급, 대금 지연지급 등 하도급법을 위반, 지난 31일 2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에앞서 지난 2월 SK C&C(3억9000만원), 신세계I&C(1억2500만원), 현대오토에버(1억1900만원), 롯데정보통신(3600만원), KT DS(2500만원)도 하도급법을 위반한 정도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한화S&C와 아시아나 IDT는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 조치만 받았다. 

      

국내 SI산업의 하도급 거래구조는 ‘발주자-대형 SI업체-중소 SI업체-SI업체, IT컨설팅, SW공급업체, HW공급업체’로 수직화돼 있다. 발주처로부터 낙찰을 받은 대형 SI업체가 다시 중소 SI업체에게 하도급을 주고 이 업체는 규모가 더 작은 업체에 다시 용역을 맡기는 구조다. 이때 바로 단가후려치기 등 불공정 하도급 사례가 나온다. 일례로 대형 SI업체는 낙찰을 받기위해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응하게 되고, 낙찰받은 대형 SI업체는 중소 SI업체에게 하청을 주면서 이를 보전하는 방식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용역을 제공하게 되는 중소 SI업체는 결국 그 금액에 맞는 용역서비스를 제공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가격은 낮아졌지만 용역에 투입되는 인력이나 전문성 등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용역을 제공하면서 허위인력을 등록하는 등 중소업체의 허위용역도 비일비재하다. 실제 2011년 당시 행정안전부가 진행한 한 정보화사업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가한 한 중소업체의 경우 용역에 투입하지 않은 인력을 투입했다고 거짓으로 작성하는 등 계약한 인력의 1/3만 투입하는가 하면, 다른 용역사업에 투입된 인력을 이중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투입대비 비싼 용역비를 챙겼다. 결국 용역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는 국민세금만 낭비한 셈이 돼 버렸다.

대형 SI업체의 불법적인 단가인하나 대금지연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대형 SI업체의 불법행위만 적발한다고 SI산업 전반에 걸친 불공정 관행이 뿌리 뽑힐지는 미지수다. 일부 중소업체들의 이같은 허위용역도 함께 사라져야 한다. 공정위는 앞으로 SI업종 등 지식정보 산업에서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고, 위법행위 적발 시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 참에 SI산업의 고질적인 불공정 거래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대기업 SI업체의 불공정 행위만 적발할 것이 아니라 중소업체 역시 제대로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SI산업 하도급 구조 곳곳에 숨어있는 부정과 허위용역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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