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정산 때가 되면 직장인들은 분주하다. 한해 동안 사용한 신용카드, 체크카드 내역과 금액을 되돌아보며 자책도 하고 내년엔 좀 더 절약해보자 다짐도 해본다. 또 한편 카드사용금액이 총급여액의 25%를 초과하면 초과분의 15%를 최대 3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를 해준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도 삼는다.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놓고 근로자와 신용카드사의 반발이 거센 탓인지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연장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발표할 세법개정안을 통해 신용카드 공제를 2년 더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1999년 3년 한시 운용조건으로 도입했고, 지금까지 일곱 차례 기한을 연장했다. 이번에 연장한 이후 신용카드 사용문화 정착 등을 이유로 정부는 신용카드 공제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폐지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을 내린다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국민은 편의점 등에서 5000원 이하 소액도 신용카드를 이용할 만큼 신용카드 사용이 일상적이다. 신용카드로 빚을 내 생활하고 월급으로 갚는 소비문화를 정부가 만들어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장에 현금을 보유하고 사용하는 근로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당장 소비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또 신용카드 소득공제 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세제개편이 전제되지 않고, 소득공제만 폐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근로소득세 증세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직장인들에게 연말정산 때 가장 많은 혜택을 주는 항목이다. 2014년 직장인들이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은 금액은 2조6571억원이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폐지되면 매년 2조6571억원의 근로소득세를 직장인들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3개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기자는 통신요금 할인이나 공과금 할인, 정수기 사용요금 할인 등의 이유로 신용카드를 새로 만들거나 교체해왔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카드사용 고객에 대한 각종 혜택을 축소하고 있는데, 여기에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마저 사라진다면 신용카드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신용카드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번 달 월급도 카드사에서 대부분 가져갈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재료비는 현금 고객은 카드…진짜 이유 탈세?
• 관련기사 ㅣ 법인세-카드공제-면세점 특허-유류세 공방 예상
• 관련기사 ㅣ 소비자에게 부담 떠 넘기는 ‘소액결제 거부’ 움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