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는 14개 시중은행과 합의한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을 21일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앞으로 시중은행 직원들은 개인 평가결과에 따라 기본급이 차등 인상된다. 같은 직급의 직원들에게 획일적으로 인상했던 인상분과 고정적 상여금은 최소한으로 줄였다. 성과에 따라 개인별 임금의 격차를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성과주의 임금체계다.

임금체계에는 성과주의 말고도 연공급, 숙련급, 직무급 그리고 앞에 언급한 임금체계를 혼합한 형태 등 다양하다. 각각의 임금체계는 나름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국가별, 기업별, 조직문화 등에 따라 임금체계도 다르다. 좋은 임금체계 또는 나쁜 임금체계는 없다. 예컨대 승진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부족한 경우 연공급을 통해 동기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연공급 역시 좋은 임금체계다.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지난 20일 열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총파업 1차 결의대회<사진=뉴시스>

그렇더라도 은행연합회 가이드라인은 너무 나갔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연봉의 최고-최저 차등폭을 평균 20~30%로 정하고, 단계적으로 40%까지 확대한다. 14명의 은행장 모두가 그렇게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꼼꼼하게도 전체 연봉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도 못을 박았다. 관리자 이상은 성과급 비중을 30% 이상까지 늘리고, 차·과장급 책임자는 20% 수준으로 확대한다. 이밖에도 매년 인상되는 개인별 기본급 인상률 차등 폭도 정했다. 전년도 평가 등급(S·A·B·C·D)에 따라 산정하며, 관리자는 평균 3%포인트 이상, 일반 직원은 최소 1%포인트 이상 차등 설정하기로 했다.

물론 가이드라인이다. 그러나 지키지 않을 거면 바쁜 은행장 14명이 한자리에 모여 합의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가이드라인 대부분은 준수될 것이다. 노동조합의 반대가 없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은 왜 14개 은행이 각각 다른 간판을 달고, 직원을 달리 채용하는지다. 은행별로 다른 평가를 통해, 다른 승진루트를 만드는지다. 그냥 통합하면 간단할 것을. 14개 시중은행은 조직과 직원의 정서, 은행의 역사와 정체성 모두 제각각이다. 그래서 어느 은행은 어느 은행에 비해 수익이 적기도 하고 많기도 하다. 경쟁의 순기능이다. 똑같은 평가기준과 보상이 가이드라인에 정해졌다면 은행장은 뭘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경쟁없이 함께 손잡고 보폭까지 맞춰 가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또 기재부가 시키는 일만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국책은행장이 가면 그길만 따라가겠다는 것인지. 이래서야 예대마진에, 수수료나 챙기는 전당포 수준을 넘어 언제 글로벌뱅크, 메가뱅크, 투자은행으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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