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기조, 소득양극화, 고용없는 성장에 직면한 미국, 일본 등의 관심이 제조업에 쏠리고 있다. 종래 버전이 아니다. 이들 국가가 선택한 경제발전 전략은 기존 제조업에 서비스업을 더한 ‘제조업의 서비스화’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특히 컴퓨터 및 사무용품, 반도체 및 전자제품, 의약품, 정밀, 광학 등이 속한 글로벌 기술·혁신 분야에서 서비스 영역의 비중은 55%에 이른다. 한국의 기존 주력산업(자동차, 전기 전자, 철강, 석유화학 등)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제조업체도  ‘제조업의 서비스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기존의 상품판매 모델을 서비스 모델로까지 진화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뜻한다. 고용감소, 경쟁가속화, 성장 한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 산업의 장점을 수용하자는 것이다. 재화나 생산물의 자체 가치보다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고, 고객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느냐에 따라 부가가치가 커질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미 국내외의 다양한 제조업체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이기와 이발기 등 건강용품을 생산하는 국내 제조업체인 유닉스전자(Unix)㈜가 대표적인 사례다. 헤어드라이기 시장 국내 1위 업체 브랜드지만, 인지도가 높은 필립스(Philips), 테팔(Tepal) 등 글로벌 업체와 저가 중국제품으로 시장을 확대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비교적 생산이 간단해 신제품 개발에 한계가 있고, 다국적 기업의 공격적 마케팅을 당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 업체가 내린 결론은 오래된 업력을 이용해, 소비자에게 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유닉스는 미용포털 사이트인 ‘유닉스뷰티’를 설립하고 미용용품을 판매했다. 이 뿐만 아니라 온라인 교육과 인력, 경영컨설팅 등의 서비스도 제공했다. 또 수분 및 영양 앰플을 결합한 헤어 드라이기를 개발해 제품 자체의 경쟁력도 높였다. 헤어 드라이기 판매 외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을 만든 것이다.

일본의 가전제품 생산업체 파나소닉은 2002년부터 일본 내에서 자사가 생산한 형광등 렌탈사업을 시작했다.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동안 형광등을 대여하고, 수명이 다한 제품은 회수·교체하는 사업이다. 주요고객은 백화점, 공장 등 형광등을 다량 사용하는 회사다. 이들의 월별 사용현황을 파악해 이를 근거로 계약을 맺었다. 제품의 회수와 폐기는 아웃소싱 업체를 활용하고 파나소닉은 영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고객은 조명관리비와 재고비를 지출할 필요가 없게 되면서 평균 15~20%의 비용을 아낄 수 있었고, 파나소닉은 환경친화적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된다. 사회적으로는 폐형광등의 발생량도 줄었다.

이처럼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고용도 늘릴 수 있다. 또 경쟁제품과 차별화시켜 기존 수요자를 고정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 제조업의 서비스화 수준은 낮다. 지난해 9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제조업의 서비스화 비율은 55.1%인 반면 한국은 17.7%다. 주요 국가들의 서비스화 비율 평균 30.1%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비교 대상으로 삼은 27개 국가중 최하위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영선 연구위원은 “제조업 서비스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성과에 치중해서는 안된다.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서비스 중심의 가치사슬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제조기업들이 기존 제품의 가치사슬에서 서비스 중간투입을 진행하는 데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등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조업 서비스화를 촉진할 수 있는 기업의 R&D투자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학교 서비스융합디자인과 김용세 교수는 “최근 제조업 설비와 관련해서 스마트공장을 논의하고 있지만, 이보다 먼저 중요한 것은 제품을 스마트 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스마트한 제품을 개발하고 이에 맞춰 생산기반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제품의 차별성을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이 부실하면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서비스로 수익을 얻기도 어렵다는게 김 교수의 얘기다.

이와함께 제품에 단순히 서비스를 추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제조업의 서비스화 전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