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동시간이 긴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OECD기준으로 봐도 압도적인 1위다. OECD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 임금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57시간이다. 독일은 1302시간, 일본 1741시간이다. 750시간 차이면, 1년 내내 하루 2시간을 더 일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휴식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은 풍성하다. 휴일근로시간을 연장근로시간에 산입하는 방안,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탄력근무제,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 임금 대신 휴가를 주는 근로시간저축휴가제 도입 논의가 노사문제 전문가를 포함 정치권의 화두다. 말은 많지만 현실에서 근로자의 휴가권 보장은 딴 나라 얘기다. 근로기준법에 이미 규정된 보상휴가제 조차 활용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보상휴가제 이용률이 높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한국노동연구원 김근주 부연구위원은 “형식적 요건만을 정해놓고 있을 뿐, 실질적 요건으로 볼 수 있는 사항이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사실 주위를 둘러봐도 연차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고, 법정근로 시간을 우습게 넘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과거 스포츠계에서는 잘하는 선수가 많이 있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최동원이나 선동열 같은 투수들은 한 경기에서 200개에 가까운 공을 던진 적도 있다. 하지만 최근 스포츠계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혹사 속에서 부상으로 사라진 선수들도 많기 때문이다. 철저히 출전시간을 조정하고, 충분한 휴식을 주는 것이 좋은 기량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을 확인한 결과다.

근로시간을 줄여 달라는 요구가 나올때 마다 등장하는 ‘경영상의 어려움’, ‘비용적인 어려움’이란 경영계의 주장은 과거 스포츠계의 잘못된 관행과 본질적으로 같다. 이미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장시간 근로관행을 그대로 두자니, 우리나라의 수준이 이정도 뿐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2014년 기준 한국 GDP는 세계14위 규모다. 그것이 초장시간 근로관행으로 이뤄진 결과임에도 실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다. 그럴거면 보상휴가제의 형식적 요건은 왜 갖춰놨는지 물어보고 싶다. 소모품은 쓰다보면 망가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