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시대다. 대중은 새로운 이야기에 목말라한다. 학교에서는 수학도 스토리텔링을 입혀 배워야 하는 시대다. 기업 역시 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열쇠로 스토리텔링을 거론한다. 스토리텔링 교육사업을 하고 있는 ㈜디노마드의 이대우 대표는 “이야기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은 제품이나 기업은 없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제품과 이야기는 넘쳐나는데 고객에게 내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스토리텔링을 넘어 이제는 ‘스토리두잉(story doing)’과 ‘브랜드저널리즘’으로 소비자에게 기업과 제품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며 국내외 사례들을 소개했다. 마케팅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스토리두잉은 스토리를 가진 기업이 그 스토리에 맞는 어떤 행위를 하고, 고객은 그 행위에 관심 갖고 기업의 팬이 돼 적극적으로 구매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탐스, ‘스토리두잉’으로 수익·사회적가치 두 토끼 잡아

㈜디노마드 이대우 대표   ©중기이코노미

이 대표가 스토리두잉 사례로 꼽은 것은 ‘기부하는 신발, 탐스’의 이야기다. 미국의 신발기업 탐스의 창립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우연히 아르헨티나에서 중고신발을 나눠주는 활동을 하고나서, 기업의 이윤창출과 기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그가 찾아낸 방법은 ‘one for one’. 소비자가 탐스 신발을 구매할 때마다 똑같은 신발을 제3세계 아이에게 기부한다는 아이디어였다. 그는 신발 한 켤레에 두 켤레 값을 받았지만, 마케팅비용과 유통마진을 줄였기 때문에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없었다. 탐스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탐스의 스토리를 입에서 입으로 전했고, 탐스의 기부 스토리는 날개를 달고 퍼졌다. 탐스는 이윤과 동시에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고객들은 소비와 함께 ‘기부한다’는 가치를 얻게 됐다.

이 대표는 국내 가방기업 ‘로우로우’의 사례도 언급했다. 로우로우는 2012년 젊은 디자이너에 의해 탄생한 가방브랜드다. 창업자금 2000만원으로 시작해 1년여 만에 35억원 매출을 달성하고 10개국에 가방을 수출하고 있다.

이 대표는 “로우로우의 스토리는 ‘가방다운 가방’, ‘빅이슈’, ‘광장시장’이라는 키워드에 담겨있다”고 말한다. ‘드는 것, 담는 것, 보호하는 것’이라는 기본에만 충실한 로우로우의 심플하고 편리한 가방 디자인은 홍익대학교 인근을 중심으로 젊은 층의 호응을 얻었다. 흔한 연예인 협찬이나 광고활동은 없었다. 대신 홈리스(homeless) 자활을 돕는 잡지인 ‘빅이슈’ 판매원이 입는 조끼를 제작하고 배달원을 위한 가방을 만들어 무상으로 제공했다. 빅이슈 판매원들은 기능 좋은 조끼와 가방에 만족했고, 기꺼이 걸어다니는 광고판이 돼줬다.

또 로우로우는 두 번째 직영점을 광장시장에 뒀다. 이태원, 가로수길, 연남동 등 ‘잘 나가는’ 동네도 있었지만 로우로우는 한국에서 봉제·섬유 상업이 시작된 광장시장을 택했다. 로우로우 매장이 들어서며 침체된 시장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호평을 광장시장 상인들로부터 받고 있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소비자가 탐스 신발을 구매할 때마다 똑같은 신발을 제3세계 아이에게 기부하는 탐스<자료=탐스 홈페이지>

브랜드 자체가 미디어가 되는 ‘브랜드저널리즘’

브랜드저널리즘은 조금 더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스토리 전달방법이다. 이 대표는 “브랜드저널리즘은 광고와 기사의 구분이 모호해진 요즘, 브랜드 스스로가 미디어가 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기업들이 마케팅 대행사나 대규모 포털사이트를 통해 브랜드를 알려왔다면, 브랜드저널리즘은 기업이 직접 미디어가 돼서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브랜드저널리즘의 콘텐츠 구성은 텍스트뿐 아니라 비디오 영상·사진·인포그래픽·블로그 포스트·팟캐스트 등 다양하다.

2013년 ‘우리의 향후 목표는 언론 보도자료를 없애버리는 것’이라는 코카콜라의 선언은 브랜드저널리즘 확산에 불을 지폈다. 코카콜라가 2012년 론칭한 기업 웹진 ‘코카콜라 저니’를 통해 코카콜라의 모든 이야기를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코카콜라 저니는 뉴스룸 시스템을 구축하고 콘텐츠의 전략수립부터 감독, 제작, 배부, 출판, 확산, 트래킹 및 분석까지 직접 담당했다. 코카콜라 저니는 브랜드 콘텐츠를 단순히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 또한 자신만의 콘텐츠를 생산해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전세계 코카콜라 팬들을 코카콜라 저니로 집중시키고 있다. 코카콜라 저니는 단순한 기업 홍보수단이 아닌 하나의 매체가 된 사례로 세계시장에서 브랜드저널리즘의 성공적인 예로 꼽힌다.

이 대표는 또 국내 브랜드저널리즘 사례인 ‘죠스미디어’와 관련, “지난 5월 미디어사업단 죠스미디어를 발족해 브랜드저널리즘에 나선 ‘죠스푸드’에 대한 관심은 브랜드저널리즘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다”고 했다. 죠스푸드는 국내 외식업계 최초로 브랜드저널리즘을 선언했다. 자체적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해 소비자와 직접 소통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죠스미디어는 KT올레TV에 자체 채널 ‘죠스TV’를 송출한다. 또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와 연결되는 죠스플레이라는 플랫폼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죠스미디어를 통해 선보이는 콘텐츠는 자사 브랜드 이야기, 외식과 창업트렌드, 바른먹거리 안내, 소비자 리뷰, 신메뉴 정보 등이다.

스토리텔링 마케팅 교육사업을 하는 디노마드의 박하나로동글 기획이사(왼쪽)와 박효철 전략기획이사   ©중기이코노미

“기업과 제품에 스토리 담아 세계시장에 알리고 싶다”

‘디자인 유목민’이라는 뜻을 담은 디노마드는 2010년 처음 출발했다. 전국의 디자인·아트 관련 학과 학생들의 졸업작품 전시회인 ‘영크리에이티브코리아’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또 디노마드가 구축하고 있는 전국 55만명의 크리에이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선후배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교육활동을 하는 ‘디노마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스토리텔링 광고콘텐츠 제작연구소 ‘노드’도 운영하면서 마케팅 교육사업 등을 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스토리텔링 마케팅 지원사업’의 주관사로 선정돼, 경기북부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스토리텔링 교육을 하고 있다.

디노마드에서 스토리텔링 마케팅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박효철 전략기획 이사는 2012년 국내 최초로 온라인 디자인 큐레이션 커머스 ‘타이니빅’을 론칭하며 “당시 기업들이 보낸 브랜드 소개서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는 “기업들은 저마다 ‘우리는 똑같은 가방이 아닙니다’, ‘우리는 똑같은 액세서리가 아닙니다’라며 똑같은 브랜드스토리를 소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품을 넘어 기업을 알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를 찾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 모든 제품과 기업의 웹사이트에는 좋은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하고 있고 혼재돼 있는 것도 문제다. 조금만 다듬어 통일시키는 작업만으로도 훌륭한 이야기 거리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박 이사의 분석이다.

이대우 대표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스토리텔링 마케팅 지원사업은 포천·의정부 등 경기북부지역 제조업체들의 기업 이야기를 찾아내,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사업이 끝난 후에도 이 지역 제조기업들을 대상으로 스토리텔링 마케팅 사업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디노마드는 현재 CGV용산의 브랜드 리뉴얼 사업과 포천시 K-디자인빌리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푸드·뷰티공장이 집중된 인천지역의 스토리텔링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며 “더 많은 기업과 제품에 감성적인 스토리를 담아 세계시장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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