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도 그랬고 매년 광복절을 앞둔 이맘때 쯤이면 특별사면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고 흘러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 어려움과 재기의 기회’를 언급하면서 지난 11일 8·15 특별사면 방침을 밝혔다. 경제가 어렵고 그래서 경제사범들에게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줘 경제를 살려보자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제시하면서 특사를 공식화했다. 어김없이 일부 언론에서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기업인 사면이 필요하다며 그 대상자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사면의 명분과 이에 대한 찬반양론 역시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면대상에 포함되기 위한 재계의 움직임도 보인다. 기업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현 CJ그룹(조세포탈·횡령, 징역 2년6개월) 회장은 지난 19일 이번 특별사면을 염두에 둔 듯 대법원에 재상고 취하서를 제출했다. 재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되면 사면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사기, 징역 4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배임·횡령,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담철곤 오리온 회장(횡령,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횡령, 징역 3년6개월), 현재현 전 동양 회장(사기·배임·횡령, 징역 7년),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배임·횡령, 징역 3년·집행유예 4년),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조세포탈·횡령, 징역 3년)…. 일반 국민의 눈에는 그저 똑같은 죄인일 뿐, 사면의 명분으로 내세운 경제어려움을 극복해 낼 기업인이 있을지 의문이다.

죄를 지은 기업인에 대한 사면이 회의적이고 호의적이지도 않은 이유는 과거에도 사면의 명분에 부합한 재계 인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가발전과 국민통합이라는 그 명분만 저해하고 논란만 일으킨 사례가 적지 않았음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1년전에도 2년전에도 지적했듯 다시한번 강조하면, 사면의 명분과 배치되고 국민정서에 반하는 사면은 안된다. 사면이 일부에게는 다행이지만 다수에게는 불행(小人之幸 君子之不幸)이라는 당 태종의 얘기가 최근 몇 년간 이렇게 맞아 떨어진 적이 또 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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