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가면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4개 품목의 상비의약품에 해당하는 13종의 약(상표)을 살 수 있다. 정부는 편의점 상비의약품을 ‘4개 품목과 13종의 약(상표)으로 제한’한 것이 규제라고 판단, 내년 상반기까지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상비의약품 숫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 방침에 대해 소비자의 편의성을 이유로 한 찬성 입장과 안전성을 주장하는 반대 입장이 맞서고 있다. 

2012년 11월 약사법 개정에 따라 편의점에서 제한적이지만 상비의약품 판매가 시작됐다. 2016년 상반기 기준 'CU'편의점 의약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8% 증가했다. 가장 많이 판매한 품목은 해열진통제로 전체 의약품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했다. 약국이 쉬는 주말 판매량이 전체 판매량의 38%로 나타났다. 또 약국이 문을 닫은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매출이 전체 매출의 35.7%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비의약품 구입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편의성은 높아졌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비의약품은 약사법에 따른 ‘일반의약품’이다. 전문의약품과 달리 일반의약품은 오·남용될 우려가 적고, 의사의 처방없이 사용하더라도 안전성 및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는 의약품, 질병 치료를 위해 의사의 전문지식이 없어도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약품을 말한다.

상비의약품 확대를 반대하는 입장은 2012년 이후 드러난 부작용도 많아, 현재보다 확대되면 국민건강을 침해할 가능성 크다고 말한다. 대한약사회가 2015년 편의점 2125곳을 조사한 결과 이 중 1560곳, 전체 73.4%가 상비의약품 판매에 따른 준수사항을 위반했다. 가장 많은 위반행위는 판매량이 하나로 제한된 제품을 동시에 2개 이상 판매한 경우였다. 이외 의약품을 구분하여 진열하지 않은 경우(21.7%), 판매자 등록증을 게시하지 않은 사례(10.3%)가 있었다. 이외 주의사항 안내문 미게시, 가격표 미부착, 지정 품목 이외 판매, 개봉 판매, 24시간 운영하지 않은 경우 등의 위반행위가 있었다.

대한약사회 홍보팀 임채규 차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약의 오·남용 방지를 위해 함량·용량에 따라 판매량을 제한해야 하며, 이는 약사회에서도 2012년 의견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부분이다. 하지만 함께 구매하는 약에 대해 두번 계산하는 등의 편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어린이 타이레놀현탁액’의 경우 2014년 안정성 문제로 회수조치가 결정됐음에도 이에 따르지 않은 편의점은 25.7%였다. 접근성 편의를 이유로 상비의약품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임 차장은 “경미한 수준의 증상이라면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비의약품으로 충분하고, 그 이상이라면 병원을 가는 것이 맞다. 접근성의 문제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의약품의 적절한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봐야한다. 심야시간대나 주말 접근성이 문제라면 지자체별로 운영중인 공공심야약국을 활성화하는 것이 더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편의점 업계는 고객의 편의성은 물론이고 안전성에 있어서도 일반의약품인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 약사법에 20개로 정해진 만큼 거기까지는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의약품 중 부작용이 적은 의약품으로 심의위원회가 결정하는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 편의점에서 파는 상비의약품은 다 가정에서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만한 의약품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상비의약품 판매와 관련한 교육도 받고 있으며, 의약품 오·남용의 문제는 편의점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의약품을 구입한 고객의 책임이 크다. 또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포스시스템도 관련 기준에 맞춰 정비했다. 약국에서 구입하나 편의점에서 구입하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 서비스경제과 김형욱 사무관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수요조사 결과가 9월에 나오고, 자세한 확대품목은 그 이후에 정해질 것이다. 20개까지 확대한다는 말은 약사법에 따른 최대치일뿐, 1개가 늘어날지 7개가 늘어날지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사무관은 “처방전이 필요한 제품은 처음부터 제외대상이며, 판매대상 의약품에 대해서 성분조사를 해 과다복용시 문제가 될 만한 의약품은 품목에서 제외한다. 의약품판매 편의점은 관련 교육이수 의무가 있다. 수요조사 뿐만 아니라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논란을 최소화 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