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한국인지 중국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간혹 들리는 한국어가 반갑기 까지 하다. 제주 관광가이드 다수에 따르면, 중국 크루즈 관광객이 버스 100여대에 나눠 제주 도심과 관광지에 들어서면서 오늘은 그 수가 더 많다고 했다. 특히 ‘제주 속 중국’으로 불리는 제주시 연동의 ‘바오젠 거리’는 상점이나 호텔 등에 있는 한국인을 제외하면 거의 중국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제주시 연동에 있는 바오젠 거리는 한국인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중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중기이코노미

바오젠 거리는 2010년 차없는 거리로 조성된 제주의 로데오 거리다. 이듬해 중국 건강용품과 보건상품 판매업체인 바오젠그룹 직원 1만여명이 이곳을 찾으면서, 이를 기념해 바오젠 거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법정도로명은 연동7길, 바오젠 거리는 명예도로명이다. 제주도 도로명주소위원회가 지난달 명예도로명을 3년 연장하기로 함에 따라 2019년 7월까지 이 도로명을 사용할 수 있다. 도로명주소법에 따라 기업유치나 국제교류 등을 위해 필요할 경우 명예도로명을 부여할 수 있는데,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그 사용을 연장한 것이다. 외국 수도 이름을 딴 테헤란로가 있는 것처럼 외국의 기업명을 딴 도로명인 셈이다.

그러나 바오젠 거리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격하게 늘면서 상권은 빠르게 확장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버스 100여대에 나눠 탄 중국 크루즈 관광객이 제주 도심과 관광지로 들어서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임대료가 폭등하고, 서울 가로수길이나 홍대 앞처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김태석 의원은 관광객이 몰리고, 지가가 오르고, 임대료가 상승해 원 세입자들이 쫓겨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지역민이 즐겨 찾는 음식점, 술집 등이 사라지고 중국인 관광객 입맛에 맞춘 상권변화도 문제라는 비판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제주 한 시민은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기업명을 딴 이름도 달갑지 않고 무엇보다 지역민이 아니라 관광객 위주로 상권이 바뀌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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