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대학교 경제학과 홍순영 교수는 “신용사회가 되면 어음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중기이코노미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홍순영 교수는 현재 어음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유동성이 부족한 국내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에 있다고 지적한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등을 통해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경영에 필요한 자금의 90% 이상을 은행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금융환경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중소기업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갖는 원인으로 ▲시장의 불완전성 ▲정보의 불완전성 ▲경쟁의 불완전성을 꼽았다.

우선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걸맞는 자금거래 시장을 다양하게 갖추지 못한 ‘시장의 불완전성’ 때문에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고 했다.

“사금융, 서민금융, 은행 등 간접금융시장도 그 유형이 다양해야 하고 모험자금, 주식, 회사채, M&A 등 직접금융시장 역시 균형있게 발달해야 기업이 처한 상황에 맞게 자금조달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중소기업은 은행 의존도가 높아 은행이 자금줄을 조이면 자금이 경색될 수 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로 중소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려면 은행이나 투자기관 등에서 기업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 즉 ‘정보의 불안정성’도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했다.

“신용정보 인프라가 발달한 미국의 경우 150년 전통을 가진 D&B(Dun & Bradstreet Inc)와 같은 신용조사전문기관이 전세계 기업의 신용·기술·평판 등 다양적인 정보를 보유하고 은행이나 투자기관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업평가를 단지 재무제표와 담보에만 의존하는 국내 금융기관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죠”

이와함께 국내 자본시장이 갖는 ‘경쟁의 불완전성’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자본주의 시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경쟁입니다. 우리나라 금융은 은행 상호의 경쟁, 은행 외 제2금융권과의 경쟁도 치열하지 않습니다. 이렇다 할 차별점도 찾을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거대한 금융자본이 등장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죠. 선진국의 경우 은행과 비은행은 축적한 신용정보를 기반으로 우량한 중소기업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대출비중 추이

잔액기준, 중소기업 비중은 예금은행 전체 기업대출에서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자료=한국은행>

금융·자본시장내의 경쟁을 통해 중소기업에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는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단지 규모가 작거나 실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중소기업이 소외돼서는 안됩니다. 한정된 자원을 금융산업 혹은 금융시스템이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하면 시장경제도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이 신용만으로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건전하고 경쟁력 있는 금융시스템이 정착되면 중소기업이 어음을 이용할 이유도 없는 것이죠”

홍 교수는 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금융시스템이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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