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회적 이슈가 있거나 하면 저희가 (여름철 지원을) 검토 가능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게 아니잖아요. ‘하절기에 에너지 빈곤층이기 때문에 냉방을 못해서 죽었다?’ 이런 결과가 전혀 없거든요” 주말 저녁 한 지상파 방송을 타고 나온 산업통상자원부 담당 공무원의 말이다. 저소득층이나 노인층 등 에너지 빈곤층을 위해 겨울철에 집중된 정부 지원을 여름에도 할 수 없겠느냐에 대한 답변인 셈이다.

사회복지정책학회지 최근호에 따르면, ‘전기요금, 전화요금 등 공과금을 기한 내 납부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 노인이 2.5%에 이른다. ‘요금을 내지 못해 전기, 전화, 수도 등이 끊긴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0.4%였다. 또 에너지시민연대에 따르면, 돈이 없어 충분히 냉방을 못하는 빈곤층이 150만가구에 달하고, 이중 70%가량은 무더위에 취약한 노인가구로 추산된다. 바꿔말해 전기요금이 무서워 불볕더위에도 선풍기 하나 제대로 틀지 못하고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는 가구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따라서 겨울에만 있는 에너지바우처 같은 정부 지원이 여름에도 필요하다는 지적은 언론과 시민단체 등이 꾸준히 제기해 왔다.

굳이 담당 공무원의 발언으로 우리 에너지 복지정책 수준을 가늠하지 않더라도, 현재 폭염대책을 보면 취약하기 짝이 없다. 기껏해야 마을회관이나 주민센터에 쉼터를 운영하는 게 고작이다. 또 폭염주의에 대한 국민안전처의 안내문자가 전부다. 마치 ‘사망사고가 일어나 사회적 이슈가 돼야 검토하겠다’는 공무원의 발언이 방송되던 날, 황교안 국무총리는 서울 영등포구 쪽방상담소를 찾아 폭염 안전대책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점검했다. 황 총리가 말한 안전대책은 야외활동 자제, 충분한 수분섭취 등만은 아닐 것이다. 냉방을 하지 못해 사고가 일어나기 전, 근본적인 예방대책을 강구하는 게 공무원의 의무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등 매년 기후변화도 심하고, 이로인해 겨울 뿐 아니라 여름도 보내기 힘겨운 저소득층을 위해 촘촘한 에너지 복지정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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