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으로 지정된 두부는 내년 11월이면 적합업종 품목에서 완전 해제된다.<자료=비자트>

두부업체들로 구성된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 황성하 전무이사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기자와 마주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기업들이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생계형 자영업 두부시장에까지 서슴지 않고 진출했기 때문이다.

◇적합업종 지정에도 시장점유율 변화 없어=두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것은 지난 2011년. 풀무원을 비롯해 CJ·대상 등 식품 대기업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포장두부를 시장에 내놓았다. 대기업들은 ‘1+1’ 묶음판매 등 판촉마케팅을 벌이면서 급속도로 두부시장을 잠식했다.

이에 연합회 중소상공인들은 두부를 적합업종으로 보호해 줄 것을 동반성장위원회에 요청했다. 그 결과 대기업은 ▲비포장 두부 시장진입 자제 ▲포장 두부시장에서 사업확장 자제 등을 약속했다. 적합업종 제도는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보호대상 품목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자율합의를 통해 정한다. 지정기간은 3년이며, 기간만료 후 협의를 통해 3년 더 연장할 수 있어 최대 6년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

두부는 적합업종 3년 연장을 통해 내년 11월말까지 적합업종 품목으로 보호받는다. 이와 관련 연합회 황성하 전무는 2014년말 적합업종 연장을 위해 대기업과 협상을 벌인 과정을 들려줬다. 그는 “당시 별다른 이견없이 대기업과 협의를 무난히 끝냈다”면서 “이미 두부 시장의 80% 가량을 대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3년 더 연장을 하더라도 크게 손해볼 게 없다고 (대기업들이) 판단한 게 아니냐”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기업별 포장두부 매출액 현황

<자료=한국개발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포장두부 출하액은 2013년 기준 대기업이 3038억원, 중소기업이 658억원이다. 대기업 시장점유율은 82.2%인 반면 중소기업은 17.8%에 그쳤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되기 직전인 2010년의 경우 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은 81.6%(2726억원), 중소기업이 18.4%(614억원)다. ‘사업확장 자제’ 권고를 받았음에도 대기업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대기업 진출 후 10년새 두부업체 30% 몰락=두부를 제조하는 국내 연식품 업체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61곳이다. 대기업이 진출하기 전인 2006년 2300여곳이었던 것이 10년새 30% 가량 줄었다. 현재 두부업체의 80% 가량(1300여곳)이 연합회에 참여하고 있다.

포장된 두부를 80도 이상의 고온열탕살균기에서 살균하고 있다.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사진=강릉초당두부>

황 전무는 “최근 1인가구가 늘면서 두부소비가 줄어들어 두부산업도 다소 침체기를 맞고 있다”면서 “특히 대기업들이 포장두부가 아닌 두부소시지·두부스테이크 등 퓨전두부 형태의 가공식품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어 중소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내년 11월이면 적합업종 일몰제로 더 이상 두부 품목이 보호대상으로 지정받지 못하는 것을 걱정했다. 황 전무는 “대기업이 진출해 순대·떡볶이·두부 시장 등 골목상권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시장경제가 아니다. 대기업의 역량은 중소기업이 할 수 없는 것에 쓰여야 한다. 중소상공인이 몰락하면, 대기업이 제공하는 일자리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일터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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