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는 소액 개인투자자도 ‘로보어드바이저’의 자산관리와 자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프라이빗뱅커(PB)로 불리는 전문가가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자산 맞춤설계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로보어드바이저가 보편화되면 고액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산관리 서비스를 일반 대중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계를 믿고 자산관리를 맡길 수 있겠느냐는 정서상 불안감이 있고, 개인정보 보안문제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이와함께 로보어드바이저가 업무를 대체하면서 금융권 인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자료=금융위원회>   ©중기이코노미

그동안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정 자격요건을 갖춘 전문인력만이 자산운용에 대한 투자를 권유할 수 있고, 고객은 이들에게 투자를 일임할 수 있었다. 즉 ‘사람’만이 투자자문·운용이 가능했고 로보어드바이저는 후선에서 간접적인 업무만 수행했다.

그런데 정부가 소액투자자에 대한 서비스 제공 등을 이유로, 로보어드바이저가 고객을 상대로 자문을 하거나 자산을 직접 운용하는 것을 금지했던 규제를 풀었다. 금융위원회는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일정 요건을 갖춘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문에 응하거나 고객자산을 맡아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이르면 1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을 의미하는 로보(ROBO)와 자문전문가를 뜻하는 어드바이저(Advisior)가 합쳐진 말이다. 로봇이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상품을 권유하거나 고객으로부터 일임받아 직접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로보어드바이저가 투자자문 또는 투자일임업을 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투자목적·재산상황·투자경험·위험감수능력 등을 고려한 투자자 성향 분석을 직접 실시할 것 ▲투자조언의 내용이 하나의 종목 또는 자산에 집중되지 않을 것 ▲매 분기별로 1회 이상 투자자문의 내용 또는 투자일임재산의 운용방법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재조정할 것 ▲해킹방지 및 재해에 대비해 보안성을 갖출 것 ▲로보어드바이저의 운영∙보수를 책임질 전문인력 1인을 갖출 것 ▲공개테스트를 거칠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IBM 인공지능 로봇 나오미(Nao-mi)가 지난 5월 국내에서 댄스 시연중 넘어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일어나고 있다. 나오미는 간단한 대화를 하고 춤을 출수 있으며, IBM왓슨 API를 활용한 개인성향 분석 등을 할 수 있다고 한다.<사진=뉴시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탄생한 로버어드바이저는 수수료가 저렴하고, 운용수익률이 높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영국, 독일 등 유럽지역을 거쳐 호주와 홍콩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보완하고 준비해야할 것들이 적지않다.

한국경제교육원 서혁노 부원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취재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상 자신의 자산을 기계에 맡긴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아직 존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신뢰감을 먼저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부원장은 “기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안에 빈 틈이 없어야 하고, 데이터오류로 인해 고객의 손실이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먼저”라고 했다. 또 “로보어드바이저의 활용이 일상화될 경우 금융사 창구직원, 펀드매니저, 투자자문인력 등 사람이 해 오던 일을 로봇이 대체함에 따라 결국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이에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금융위 자산운영과 박보라 사무관은 “기존에 고액투자자에게만 제공했던 투자자문 서비스를 소액투자자에게도 제공하는 기존에 없던 시장이기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기 보다는 기존 전문인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개인정보 보안에 대해서는 대응체계를 갖추도록 규정했고, 로보어드바이저에게 투자를 맡겨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선택한 고객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스템상 오류로 인한 손실은 로보어드바이저의 운용회사가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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