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선해운업종 구조조정 과정에서 ‘조선 빅3’ 기업의 자구책 중 인건비 절감 방안으로 임금삭감 또는 반납이 추진되고 있다.

판례와 행정해석 등에 따르면 임금 ‘삭감’이란 장래 일정시점 이후부터 현재와 동일한 내용의 근로제공을 하는 경우에도 종전보다 임금을 적게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임금 ‘반납’은 기왕에 제공된 근로에 대한 임금청구권을 포기하고 회사에 반납하는 것을 말한다. 또 기왕의 근로에 대한 임금청구권 포기 외에도 향후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발생할 임금 일부에 대한 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 역시 임금 ‘반납’에 포함된다.

임금의 삭감과 반납 모두는 근로자 임금을 깎는다는 점에서 동일한 효과를 내지만, 유효 요건 등 법적 의미는 다르다. 이번에 소개하는 판례는 임금의 삭감과 반납을 다룬 사건이다. 판례를 통해 임금 삭감과 반납의 구별, 법적인 유효 요건을 검토해 보자.

‘반납한 임금·상여금 돌려달라’ vs “단체협약 명시된 반납은 삭감”

임금삭감은 노조 동의만으로 가능하나, 임금반납은 근로자 개인의 동의가 필요하다.<자료=비자트>

A사는 경영악화로 2010년 1월 ‘워크아웃’ 절차 개시 결정 이후 노사합의를 통해 기본급과 상여금 일부를 삭감·반납키로 했다. 같은 해 4월 노사는 단체협약을 체결, ▲기본급 10% 삭감 ▲워크아웃 기간 중 기본급 5% 반납과 상여금 200% 반납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A사는 5월분 임금부터 근로자에게 15% 삭감된 기본급을 기준으로 산정한 임금을 지급했고, 2010년 추석 상여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단체협약의 명시된 표현을 엄격히 해석하자면, A사의 임금지급 ‘형태’는 좀 이상하다. 단체협약에 따르면 기본급의 10%에 대해서는 ‘삭감’, 기본급의 5%와 상여금 200%의 경우에는 ‘반납’의 형식을 취해야 했다. 다시 말하면 기본급 10%(삭감부분)는 깎아서 그만큼 적게 지급하고, 기본급 5%와 상여금 200% 반납부분은 지급했다가 다시 반납받는 형태였어야 했다. 그런데 A사는 삭감분과 반납분 구별없이 모두 삭감으로 처리해 지급했고, 이것이 법적으로 유효한 것인지 여부가 문제가 된 사건이다. 판례나 행정해석에 따르면, 장래 근로에 대한 임금 삭감의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동의만으로 족한 반면 기왕 근로에 대한 확정된 임금의 반납은 근로자 개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기본급 5%와 상여금 200%를 반납키로 한 단체협약은 “근로자 개인의 동의가 없어 무효”라며 ‘반납’한 기본급 5%와 2010년 추석상여금을 돌려달라고 소를 제기했다.

회사측은 “단체협약에 명시된 임금 반납은 삭감과 같은 의미”라며 “워크아웃 기간 중 기본급의 5% 반납과 상여금 200% 반납을 명시한 이유는 워크아웃 종료 후 반납하기로 한 부분을 별도 합의 없이 원상복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항변했다.

이 사건의 쟁점 ‘협약자치의 한계’

이 사건의 쟁점, 특히 임금 ‘삭감’ 그리고 ‘반납’과 관련한 법적 쟁점은 단체협약으로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을 어느 수준까지 용인할 것인가 라는 ‘협약자치의 한계’의 문제였다. 조합원 개인이 아닌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조합원의 임금을 무한정, 예컨대 별다른 이유없이 월급을 반토박낼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또 기존에 합의된 근로시간 또는 휴일을 상식과 통념에 반해 사용자에게만 유리하게 변경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당연하다. 단체협약이란 조합원들의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해 노동조합 명의로 합의하는 것이지만, 그 내용은 조합원들에게 ‘강제적’으로 적용된다. 따라서 노동조합에 단체협약 체결권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그 권한을 일탈·남용하면 불법행위가 된다는 점에서 일정한 제한이 불가피하다.

이 사건을 심리한 1심과 2심은 단체협약의 ‘반납’이란 표현에도 불구하고 이는 장래 워크아웃 기간 동안 임금 및 상여금을 감액(삭감)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다. 대법원 역시 향후 지급될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개별 근로자의 동의와 관계없이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으로 정할 수 있다며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대법원 2014.12.24. 선고, 2012다107334)

임금반납, 근로자 개별적 동의가 필요

임금삭감, 노조의 동의만으로 가능

임금 반납과 달리 임금 삭감의 경우에는 개별 근로자의 동의없이 노동조합의 동의만으로 족하다는 대법원의 기존 태도도 유지했다. 대법원은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다(대법원 2000.9.29. 선고 99다67536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이미 발생한 임금 또는 상여금의 반납이 아니라 임금삭감 등 미래의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 그것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과의 합의만으로도 불이익한 변경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반납이란 표현에도 불구하고 반납이 아닌 삭감으로 해석

임금의 삭감과 반납에 대한 종래 대법원의 입장을 설시한 이후, 이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은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 표현된 ‘반납’은 장래 워크아웃 기간 동안 임금 및 상여금을 감액한다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고, 이는 장래 발생할 임금에 대한 것으로서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 당시 이미 그 지급청구권이 구체적으로 발생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내용의 노사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결론은 A사 노사가 단체협약을 체결할 당시 합의한 임금 및 상여금은 지급청구권이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반납이란 명시적인 표현에도 불구하고 반납이 아닌 삭감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임금 삭감과 반납에 대한 법적 구분은 위와 같고 현실적인 차이는 무엇인가. 예컨대 월급 100만원 받는 근로자의 임금을 20% 삭감한 경우와 반납(포기)한 경우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통장에 찍히는 금액은 80만원으로 같다.(편의상 최저임금은 없다고 가정)

임금삭감, 삭감분 평균·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임금삭감의 경우 삭감액은 근로자의 임금채권으로 볼 수 없어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임금총액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평균임금으로 계산되는 퇴직금 역시 80만원을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별도의 지급 기준을 약정하지 않으면 근로자의 퇴직금이 줄어든다. 법정 제수당 지급 기준인 통상임금 역시 80만원이 기준이 된다. 사용자의 입장에선 80만원을 기준으로 법정수당(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지급할 수 있다. 과거 100만원에 비해 보수가 80만원으로 줄었으니 각종 사회보험료 역시 줄어든다.

임금반납, 반납분 평균·통상임금에 포함

임금을 반납의 경우 반납분은 근로자의 소득으로 귀속됐다가 근로자 자신이 반납한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향후 반환책임은 없다. 임금반납액에 대한 반환청구권은 없지만 반납한 임금은 기왕의 근로에 대한 임금채권이므로 평균임금 산정에 포함된다. 80만원을 받은 경우에도 법정수당과 퇴직금은 100만원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사회보험료 역시 100만원 기준으로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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