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미군 군수품을 지키던 일이 민간 경비업의 시작이다. 이제 경비업은 CC(폐쇄회로)TV와 고화질 카메라 등 정보통신기술이 결합된 형태로 바뀌었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삶의 질, 특히 복지·안전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그 같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산업이 경비업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무인경비업이 ‘황금알을 낳는 업종’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딴 나라 얘기일 뿐이다”

한국무인경비업협동조합 회원사 12개 업체가 만든 공동브랜드 ‘케이폴(K-POL)’의 시스템 계통도.<자료=한국무인경비업협동조합>

한국무인경비업협동조합 김영길 전무이사는 “중소 무인경비업체의 수준이 대기업과 다를 바 없는데도, 시장이 왜곡돼 있어 안타깝다”며 국내 무인경비업 실태를 설명했다.

◇“대기업, 중소업체 흡수하면서 10년새 반토막”=무인경비업은 화재 및 도난 경보장치 등과 같은 전자보안경비시스템을 관리하고, 순찰·경비인력 파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다. 무인경비 시장은 최근 방범 위주의 서비스에서 출입관리·근태관리 등 통합보안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케이폴’ 로고.<사진=한국무인경비업협동조합>

대기업 3곳을 제외하고 경찰청에 신고한 중소 무인경비업체는 145곳이라고 한다. 휴면사업장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운영 중인 경비업체는 102곳 정도다. 200여개 업체였던 10여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가량이 사라졌다.

김영길 전무는 “대기업들이 지역의 중소 무인경비업체를 하나둘 흡수하는 방식으로 진출했기 때문”이라며 “대기업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의 시설·인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에 점점 밀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공기관 中企제품 우선구매제도 유명무실”=22개 중소 무인경비업체들이 모여 지난 2007년 협동조합을 꾸렸다. 회원사 모두 어렵긴 하지만, 그 중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12개 업체가 공동브랜드 ‘케이폴(K-POL)’을 만들었다. 김 전무는 “대기업·외국계가 장악한 경비시장에서 중소업체들이 뭉쳐 공동상표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무인경비업체는 전국적으로 145곳에 이르지만, 대기업 ‘빅3’가 사실상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사진=한국무인경비업협동조합>

또 판로지원법에 따라 공공기관의 경우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공공기관 상당수가 대기업 3곳을 찾는다는 것이다. 강제규정이 아닌 권고규정이란 이유다. 김 전무는 “심지어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 산하 기관조차 ‘빅3’ 대기업에 맡기고 있다”며 “정부가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구매토록 하라고 해 놓고선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조합은 다양한 활로를 찾고 있다. 김 전무는 “관급공사의 경우 5000만원 이하는 수의계약 대상”이라며 “회원사들이 수의계약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확대하기 위해 행정자치부에 수의계약 상한액을 상향하는 내용의 국가(지방)계약법 개정을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빅3가 무인경비업 시장에서 독과점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무인경비업 품목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도록 동반성장위원회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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