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슬림 시장 전문 조사기관 디나르 스탠더드(Dinarstandard)는 2014년 헤어 및 스킨케어, 색조제품 그리고 치약, 데오도란트 등 개인위생용품을 포함한 화장품의 무슬림 소비자 지출을 약 540억달러 규모로 추산했다. 이는 전 세계 화장품 소비액의 7% 규모로, 미국(800억달러)과 일본(790억달러), 중국(600억달러)에 이은 네 번째 시장이다. 

단위:원<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할랄산업에서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무슬림 여성들의 사회진출 증가, 위성방송 보급 등에 따라 무한한 잠재력을 보유한 시장으로 평가한다. 더불어 비무슬림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마다 제시하는 수치는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할랄화장품시장이 연평균 10%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콜라겐, 계면활성제 금지하는 할랄화장품

무슬림화장품은 지난 2010년 말레이시아가 할랄화장품 표준인 ‘MS2200:2008’을 도입한 이후 부상하기 시작했다. 할랄화장품은 이슬람율법인 ‘샤리아(Shariah)’ 에 부합하는 성분과 공정으로 제조해야 하고, 제품의 청결과 안전을 중시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에 따라 물과 기름을 섞어주는 계면활성제, 피부를 부드럽게 해주는 실리콘 화합물 등의 성분은 사용하면 안된다. 피부를 탱탱하게 해준다는 콜라겐, 보습효과가 뛰어난 돼지기름(라드)과 같은 동물성 성분, 에탄올 등도 사용금지다. 모든 원료는 식물성 천연 원료로 대체해야 하며 동시에 동물실험을 하면 안되고 윤리적인 제조공정을 거쳐야 한다.

제품 가운데 아이메이크업 제품이 인기다. 종교·문화적 특성상 히잡으로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다녀야 하는 무슬림 여성들은 눈썹과 눈을 강조하는 메이크업제품에 관심이 많다.

이태원 우사단로에 위치한 할랄화장품 매장.   ©중기이코노미

또 이슬람교 특성상 순례와 관련한 개인위생용품의 인기가 높다. 순례 기간중 무슬림은 몸과 마음이 청결하고 신성한 ‘이흐람(Ihram)’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순례의 경건함을 지켜야 하므로 비누와 샴푸에는 향이 없어야 하고, 수백만명이 모이기 때문에 향균성분은 필수다. 하루 다섯차례 예배를 해야하는데 세정의식이 동반되기 때문에 가벼운 스킨케어제품과 물에 쉽게 지워지는 매니큐어도 인기품목이다.

더불어 예언자 무함마드가 향수를 즐겨 사용한 탓에 향수소비도 높다. 걸프 아랍국가의 1인당 향수 소비액은 세계 최고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의 연간 향수 판매금액은 각각 8억2750만달러, 2억580만달러에 달한다. 대다수 무슬림 국가들이 덥고 습한 날씨와 강한 햇볕을 가진 탓에 탈모를 예방할 수 있는 기능성 헤어관리제품과 노화방지제품, 남성용 화장품도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정보 얻기 어렵고, 생산공정 분리 부담돼 인증포기 많아

시장 잠재력을 알아본 다국적 화장품 기업들은 할랄화장품 시장에 서둘러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존슨앤드존슨은 바디용품, 영국 유니레버는 치약에 할랄마크를 붙여 판매하고 있다. 일본 화장품업체 시세이도도 할랄인증을 받은 스킨케어 화장품 ‘자(Za)’를 출시해 동남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식품분야에 비해 경쟁률이 낮고 글로벌 기업들도 생산공정을 늘려가는 단계라 충분히 한국기업이 선점할 수 있는 분야다. 특히 최근 한국 드라마나 K-POP 등 한류 영향으로 한국화장품에 대한 무슬림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도 우리기업에 희소식이다. 더불어 최근 사드배치 결정으로 한국의 화장품에 대해 중국이 비관세장벽을 발동할 가능성도 제기돼 이슬람은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국가마다 인증도 다르고 비용도 부족한 탓에 국내 할랄화장품 인증업체는 미비하다. 이슬람시장내 국산화장품의 인기가 높아지는데도 소수의 업체만 할랄인증을 받았다. 대표적인 할랄인증 화장품기업으로 탈렌트화장품(JAKIM), 대덕랩코(GIMDES), 코스맥스 인도네시아(MUI), 한불화장품(JAKIM) 등을 꼽을 수 있다.

원부재료의 할랄인증과 공정분리 등 까다로운 제조방법도 문제다. (사)한국할랄산업연구원의 노장서 사무총장에 따르면, 실제 컨설팅을 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이 원부재료와 공정분리 등으로 인해 고충을 겪고 있다. 할랄인증을 받기위해선 돼지에서 추출한 콜라겐과 알코올 성분인 글리세린 등을 대체할 성분이 필요한데 이를 개발, 적용하는 것이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쉽지 않다는 것이다. 화장품에 들어가는 첨가제는 모두 할랄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돼지에서 나오는 원부재료가 투입되는 생산공정에선 할랄제품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할랄제품 생산을 위해서는 별도의 생산공정을 갖춰야 한다. 결국 기업이 내수제품과 할랄제품을 함께 생산하기 위해서는 2개의 생산라인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비용부담으로 할랄인증을 포기하겠다는 기업도 적지 않다. 그러나 노 사무총장은 “원부재료에 따라 교대생산이 가능한 경우도 있으니, 컨설팅업체 등으로부터 필요한 상담을 받을 것”을 권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식품보다 화장품, 할랄시장에서 경쟁력 있다”
• 관련기사 ㅣ 할랄 육성 ‘요란’…국내유통 제한부터 없어야
• 관련기사 ㅣ “편견부터 버려야 5조달러 할랄시장 보인다”
• 관련기사 ㅣ 中 ·日 할랄시장 적극인데 미적지근 韓
• 관련기사 ㅣ 2019년부터 할랄인증 없으면 印尼로 수출안돼
• 관련기사 ㅣ 할랄식품 “KMF 인증으로도 공신력 충분”
• 관련기사 ㅣ 변죽 요란한 할랄, 국내인증은 현지서 힘 못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