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크게 한방하려는 생각이 있어요. 스타 예술가를 부르고, 홍보도 대대적으로 하고…. 그건 그 때 뿐예요. 작게라도 시작한 다음 꾸준히 하는 게 좋습니다. 5억원을 한 번에 후원하는 것보다 5000만원씩 10년간 하는 것이 낫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기업들을 만날 때마다 작게 시작해 오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설득하고 있습니다”

한국메세나협회 남광우 문화사업팀장의 말이다. 메세나협회는 1994년에 창립한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활동을 돕고 있다. 230개 대기업·중소기업이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협회에서 10년 이상 근무해온 남 팀장에 따르면 문화예술 후원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초기에는 몇몇 기업이 도와주는셈 치고 형식적으로 했다면 이제는 다릅니다. 대부분 대기업들이 사회공헌팀을 만들면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업에 문화예술을 의무적으로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CSR 사업비의 10~20%는 문화예술에 분배하고요. 최근에는 사회공헌팀 안에 문화예술 전담자를 두는 경우도 생기고 있습니다”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게 남 팀장의 설명이다. 후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오너의 의지인데, 유학파들이 많은 오너 3~4세들이 경영권을 잡으면 기업운영 방침도 달라질 것이라는 말이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유학파인 정 부회장은 문화예술에도 관심이 많기로 유명하다.

“오너 3~4세는 해외에서 문화예술을 많이 접하고 즐겨본 이들입니다. 그게 좋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아요. 친분이 있는 예술가를 개인적으로 후원하기도 하고요. 경영에 문화예술을 접목해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그게 브랜드 이미지라는 거죠. 지금은 문화예술에 투자하고 싶어도 아버지 세대 때문에 나서지 못하는 3~4세들이 많습니다. 10년 전후로 재계가 물갈이 되면 많이 달라질 겁니다”

중소기업들도 문화예술 후원을 할 수 있다. 금액이 클 필요는 없다. 적은 금액이라도 일단 시작이 중요하다는 게 남 팀장의 말이다. 정부에서는 중소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을 장려하기 위한 매칭펀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중소기업이 예술단체에 지원금을 주면 정부에서 상응하는 금액을 추가로 지원하는 제도다. 기업이 1000만원을 건네면 정부에서도 1000만원을 지원해 예술단체는 총 2000만원을 받는다. 매칭펀드 신청기업이 2007년에는 27건(12억1000만원)에 불과했으나 2014년에는 164건(43억4000만원)까지 늘었다. 

메세나협회 회원사가 아니어도 매칭펀드를 신청하거나 문화예술 후원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문화예술 후원 목적, 기업 규모, 예산, 업종에 맞게 안내해 준다. 메세나협회는 지정기부금단체다. 협회를 통해 예술단체를 후원하면 기부금을 손금으로 인정해 줘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인정 한도는 법인 소득금액의 1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