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공직자윤리법’이 곳곳에 구멍이 뚫려 낙하산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통해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을 강화했음에도 하위법령인 시행령에 의해 취업제한제도가 유명무실하게 돼 관피아가 판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에 따르면 퇴직공직자 취업승인률은 2014년 71.3%, 2015년 87.8%, 2016년 6월 기준 91.9%다. 승인률도 높은데다 증가추세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퇴직공직자에 대한 취업제한제도가 전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실 주최로 열린 ‘공기업 낙하산 등 관피아 근절 방안을 위한 토론회’에서 국회입법조사처의 박영권 조사관은 “공직자윤리법에 규정된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제도에 허점이 많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12월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218인, 찬성 196인으로 가결됐다.<사진=뉴시스>

공직자윤리법은 1981년 제정됐으며 2014년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 문제가 부각되면서 개정작업이 이뤄졌다. 2014년 개정안은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으며, 2급 이상 고위직의 업무관련성 판단 기준을 소속 부서에서 기관 업무로 확대했다. 또 3급 이하 공무원의 경우에는 업무 관련성 범위로 소속부서 업무를 정했으며, 2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퇴직 후 10년까지 퇴직 당시 직위를 공시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2급 이상 퇴직공직자가 3년 후 취업심사를 받아야 할 기관 및 단체를 3600개에서 1만5033개로 확대했다.

박 조사관에 따르면 2014년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통해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을 강화했음에도 여전히 관피아가 판치는 이유는 동법 시행령에 의해 취업제한제도가 유명무실화됐기 때문이다. 시행령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취업이 필요한 경우 ▲취업제한기관의 경영개선을 위해 필요한 경우 ▲해당 산업분야의 발전과 과학기술진흥에 특히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전문성이 증명되는 경우로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등 9가지에 해당되면 취업제한을 받지 않도록 했다. 박 조사관은 “이 정도면 퇴직공직자들이 예외없이 취업이 가능한 정도”라고 비판했다.

구멍은 더 있다. 취업심사에서 승인받은 대상자들이 무슨 조항으로 예외를 받았는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은희 의원은 “예외 이유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결국 취업심사 운영에서부터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예외 범위를 합리적으로 축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조사관의 입장은 더 강경해 “대상을 정하는데 논란이 있다면 차라리 예외규정을 삭제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구멍도 있다. 현행법으로는 업무연관성에 있어 퇴직 이전 취업기관과 연관성없는 곳에서 몇 년 근무하는 보직세탁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조사관은 “2급 이상의 경우 업무연관성을 기관까지 확대했지만, 3급 고위공무원단의 경우 경력세탁을 통한 퇴직준비로 무력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개정안을 통해 2년에서 3년으로 취업제한 기간을 늘리고 현재 5년까지도 얘기가 나오지만,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기업 낙하산 등 관피아 근절 방안을 위한 토론회’   ©중기이코노미

낙하산, 관피아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행법에서 퇴직공직자가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독일은 연금박탈 또는 연금액을 삭감하며, 프랑스는 연금을 압류하거나 수령할 권리를 박탈한다. 이에 대해 박 조사관은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했는지, 얼마나 적발되고 있는지도 현재 파악하기도 힘들다”며 “적발된 사례에 대해서만이라도 강한 처벌을 하는 예방의 노력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관피아 논란을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최성관 인사혁신처 취업심사과장은 “취업심사승인을 받은 퇴직공직자 대부분의 전문성을 입증할 수 있다”며 “퇴직공직자도 정년을 채우지 못해 연금수령기간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있으며, 취업제한 2년동안 생계 문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상도 전체 공무원의 1.2%인데 과하게 논란이 되는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권은희 의원은 “관피아가 사회 전체 공익에 주는 폐해를 생각하면 두둔할 수 없다”며 “검찰, 경찰, 국정원, 국방부, 금감원 등 특정권력기관 퇴직자들이 100% 가까운 재취업을 보장받고 있다. 취업심사과정의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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