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연구소 안호덕 객원연구원

대통령이 말하는 ‘좋은 방안’이 국민이 원하는 정도의 개선된 안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여름철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와 여당, 여당과 야당, 야당들 속에서도 서로의 해법이 다르다. 자칫 지난해처럼 2개월 정도 누진제를 완화해 주는 것이라면 잘못된 요금체계와 징벌에 가까운 누진제는 또다시 내년 여름 뜨거운 이슈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사실 전기요금 체계의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다. 주택용 요금에 6단계, 11.7배에 달하는 누진제 때문에 ‘요금 폭탄’이 가장 논란거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산업화시대인 1973년 만들어진 요금체계가 43년이나 지난 이 시점에 합당한가라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한다.

서울 중구 주택가에서 한국전력 검침원이 전기계량기를 검침하고 있다.<사진=뉴시스>

1970년대 산업화시기, 전기사용이 공장과 산업현장에 우선되고 집중됐음은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가정에는 흑백 TV와 선풍기 정도가 전부인 시대였다. 냉장고나 전기밥솥의 등장은 이후의 일이다. 누진이 적용되지 않는 1단계 100kwh(1개월 기준) 전기 사용만으로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컬러 TV, 에어컨 등 많은 용량의 전기를 사용하는 가전제품이 늘어나면서 가정에서의 전기사용이 빠르게 늘어났다.

그러나 아직도 누진체계는 그대로다. 100kwh 이하로 사용해야만 누진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흑백 TV 시대에 살라는 소리와 다름없다. 한전이나 산업부는 누진제를 완화하면 과소비가 늘어난다지만, 정작 얼마의 전기 사용이 과소비인지 기준도 없다.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OECD국가중 꼴찌 수준이다. 국민 1인당 가정용 전기 사용량을 면밀히 조사해서 현실에 맞게 기준을 정하는 것이 급하다.

산업용, 상업용 전기가 싸지 않다고 강변하지만 누진제를 적용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한국전력의 자료를 분석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제철 등 20개 대기업에 3조5000억원의 전기세금을 감면해줬다. 대기업의 전기요금을 국민들이 내고 있다는 얘기가 허튼 소리는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낮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새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한 자리에서 누진제 개편 요구와 관련해 “당과 잘 협의해서 조만간에 방안을 국민에게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한전은 공기업이다. 이윤 창출을 최고의 가치로 하는 기업과는 다르다. 2015년 한전의 영업이익은 10조원을 넘는다. 영업이익과 국민부담은 비례했다. 누진제가 적용되는 주택용 전기요금이 가장 큰 수입원이라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원유가격 폭락 등으로 요금인하 요인이 있었음에도 높은 요금을 그대로 유지해온 채 누진제 개선 약속을 차일피일 미룬 한전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한전을 관리 감독해야 할 산업부와 정부도 그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 너나할 것 없이 9월에 있을 전기요금 폭탄을 걱정하고 있다. 요금인하 요인이 충분한데도 꿈쩍하지 않는 한전, 징벌에 가까운 누진제 때문에 민심은 뜨거운 아스팔트처럼 달아오르고 있다. 국민의 불만을 해소하고 걱정을 더는 것이 정치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있었으면 한다. 국민들도 폭염에 에어컨이라도 틀어놓고 열대야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정부의 진전된 개선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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