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구기동 주택가에 있는 두뿔이야기는 숙성고기 전문 정육점이다.   ©중기이코노미

두뿔이야기는 숙성고기 전문 정육점이다. 서울 종로구 구기동 주택가에 세련된 검은 색으로 외관을 꾸민 이 정육점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고깃집이 아닌 커피전문점 같다. ‘정직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프리미엄 육류제품’으로 멀리서도 소문 듣고 찾아온다는 두뿔이야기. 기자가 찾은 날 이곳의 안문길 대표는 정육점을 찾은 손님에게 ‘만들려고 하는 요리가 무엇인지’, ‘어떤 식감의 고기를 좋아하는지’ 의사처럼 꼼꼼히 물어가며 고기를 손질하고 있었다.

고기와 술을 좋아한다는 두뿔이야기 안문길 대표는 16년 전 정육업을 하는 매형이 ‘이 일을 하면 술·고기는 실컷 먹는다’는 꼬임(?)에 처음 칼을 잡았다.

“좋은 고기를 정직하게 파는 것이 경영전략”이라는 안문길 대표가 고기를 손질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그래서 이곳을 찾은 손님들에게 꼬치꼬치 물어가며 ‘맞춤형’ 고기를 제공한다.

두뿔이야기는 1년 반 전에 문을 열었지만, 안 대표는 이전에 오산 등 경기도에서 정육점을 했었다. 지역의 마트에 입점해 영업을 했지만 높은 보증료와 판매수수료, 또 마트 사장들의 갑질에 영업이 힘들었다고 한다. “두뿔이야기를 오픈하기 직전 한 해 동안 두 번 망했다. 프리미엄 고기에 대한 욕심을 꺾을 수 없었다”는 그는 동네 마트에서도 최상품의 고기만을 취급했다. 결국 고기 값이 비싸질 수 밖에 없었고,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마트에서 오래 장사할 수 없었다.

“대형마트나 동네마트에 입점해 영업하면 고객을 쉽게 모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트의 갑질에 마음 편히 영업할 수 없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대형마트 정육점으로 입점하려면 보증금이 20~30억원이다. 동네 마트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300평 규모에 보증금이 1~2억원이다. 판매 수수료는 7~10% 수준이고, 매출정산도 제때 해주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마음 편히 장사하고 싶어 그는 마트를 나온 것이다.

그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서울로 다시 돌아왔다. 특히 근처 평창동 주택가에서 프리미엄 고기 수요가 있을 것이라 판단해 구기동에 터를 잡았다.

카페형 정육점 두뿔이야기의 내부 모습(위). 드라이에이징 기법으로 45일간 숙성한 고기는 풍미가 진하고 부드러운 육질이 특징이다(아래).   ©중기이코노미

“이곳에 독립 정육점을 내기로 마음먹고도 수중에 지닌 돈이 많지 않아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습니다. 차별화된 점포를 만들기 위해서 디자인을 업으로 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았죠. 정육점 하면 흔히 떠오르는 붉은색 등과 때론 비위생적인 작업환경 그리고 어수선한 점포…, 이런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깨끗하고 세련된 이미지로 가게 문을 열었는데, 처음에는 정육점인줄 모르고 그냥 지나친 사람들도 있고, 외형만 보고 비쌀 것 같아 들어오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고 안 대표는 말한다. 하지만 그는 고기 값은 절대 비싸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제 오픈한지 1년 반 정도 됐지만, 고기의 품질을 인정하고 찾는 단골손님도 많이 생겼다. 또 숙성고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멀리서도 소문 듣고 찾아오기도 한다.

가게 한 켠에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정직함’이라는 글이 적혀있다.   ©중기이코노미

“충북 음성에서 경매를 통해 최상급 한우만을 구입해 옵니다. 한우 한 마리가 1000만원인데, 수입육 보다 고가임에도 손님들이 한우를 찾는 이유는 그만큼 맛있기 때문이겠죠. 재래시장이나 소규모 상점에서 아직도 냉동고기를 생고기로, 수입고기를 국내산으로, 육우를 한우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일이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는 눈으로 보고 알 길이 없어 속지만 이런 행위는 판매자 자신을 속이는 일이고 상도덕을 거스르는 일입니다”

현재 두뿔이야기의 매출액은 한달에 3000만원선. 20~25%의 수익이 난다. 처음 6개월 동안은 가게가 알려지지 않아 매출이 없어 어려웠다는 안 대표는 늘 신선한 고기만 매장에 진열한다. 가게 한 켠에 적혀있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정직함’이라는, 즉 ‘좋은 고기를 정직하게 팔겠다’는 경영전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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