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납품단가 조정협의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6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 제도를 활용한 기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공정위는 개별 기업들의 조정 내용을 일일이 확인할 방법은 없다며 답변해주지 않았다.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란 원재료 가격이 올라가 수급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인상해야 할 경우, 원사업자가가 수급사업자의 조정 신청에 의무적으로 응하도록 만든 제도다. 2009년에 하도급법을 바꿔 처음 도입했다. 그러나 수급사업자의 협상력이 취약해 이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의 하도급 대금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정부와 국회는 법을 다시 바꿔 2013년부터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이 회원사들을 위해 조정 신청을 대신할 수 있도록 했다.

여전히 활용 기업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제도에서 원인을 찾았다.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것이 두려워 조정 신청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에서는 조정 신청까지만 하지, 협의를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국회입법조사처 강지원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에서 “실제 협의는 수급사업자가 직접 해야 한다. 원사업자와의 거래상 지위 격차에서 오는 협상력 차이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공정위에서는 원자재 가격 안정을 이유로 들었다. 중앙회 성장지원부 권용진 과장은 이날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경우에 신청하도록 돼 있는데, 2013년 이후 원자재 가격이 안정돼 최근에는 이슈가 될 만한 일이 없었다”고 했다. 공정위 최무진 기업거래정책과장도 “원자재 가격이 안정돼 있으니 납품단가 조정협의제가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그러니 활용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이 안정됐다고 수급사업자인 중소기업들의 사정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 원자재 가격은 지표 중 하나일 뿐이다. 이에 중앙회는 노무비와 전기요금 등도 조정 요건으로 고려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는 거래상 지위가 불균형한 두 주체의 하도급대금 결정 과정을 보다 공정하게 만들기 위한 제도다. 그러니 정부도 원자재 값이 안정돼 있다며 모르쇠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고려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