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와 같은 ‘고용없는 저성장’을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 중소기업이 판로를 확대하고 특히 글로벌화를 통해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 성장 전략으론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기 어렵고, 수출 그 자체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조세연구원이 지난 2일 발표한 OECD 회원국 고용률 현황에 따르면, 2016년 1/4분기 OECD 고용률 평균은 66.8%다. 회원국 주요 7개국의 고용률 평균은 69.7%인 반면 한국의 고용률은 65.9%에 머물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제1과제인 고용률 70%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월 인천경영포럼 강연회에서 “고용률 70%를 달성하기는 솔직히 조금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고용률 70% 달성 여부를 떠나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2016년도는 1분기 통계<자료=한국조세재정연구원>   ©중기이코노미

대기업 중심·수출주도 성장 정책에서 벗어나야

대기업 중심의 수출 주도 성장 역시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지난 5월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수출은 장기·구조적 요인으로 2012년 이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데다 세계경기 둔화, 유가하락 및 글로벌 공급 과잉 등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세 지속 등 단기·경기적 요인이 가세하면서 빠른 시일내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마이너스 0.8%였다. 수출을 통해 경제가 성장한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률을 끌어 내린 셈이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 주도 성장 정책에서 벗어나야만 우리 경제가 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체 중소기업중 비제조업이 90% 이상이다. 내수위주의 영세한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이 절반에 육박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서비스업 전체 생산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9%다. 제조업 38%와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사정은 좀 다르다. 경공업 제조업의 경우 섬유, 의복, 가죽·가방·신발 업종은 수출 비중이 그마나 높은 편이지만, 다른 업종들의 내수 비중은 90%를 넘어섰다. 국내 주요수출 업종인 전자부품, 자동차, 기계 분야 중소기업 수출 비중은 15~16%로 전체 제조업 평균 14%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중소기업조사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기업규모별 수출 비중을 보면 대기업이 66%, 중소·중견기업이 33%를 차지한다.

중소기업의 수출비중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대기업 중심, 중화학공업 육성을 통한 수출 주도 성장 정책 때문이다. 2012년 기준 중화학공업 중소기업중 절반이 대기업 하청기업이다. 이들 기업 판매액에서 원청이 차지하는 비중은 78%에 이를 정도로 절대적이다.

제조 중소기업 업종별 수급(하청)기업 비중

음영 표시는 전체 제조 중소기업 수급비중이 평균보다 높은 업종<자료=중소기업연구원>

납품관계가 깨지면 88% 中企 종사자 소비는 위축

중소기업을 ‘99·88’로 표현한다. ‘99’는 사업체 숫자이고, 생산의 주체를 의미한다. ‘88’은 종사자 수이며, 소비의 주체를 의미한다. 생산과 소비가 선순환할 때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도 가능하다. 그런데 대·중소기업의 수직계열화된 원하청 구조는 생산의 주체가 소비할 수 없는 구조를 고착화시켰다. 99%가 생산을 하지만 생산에 따른 과실이 종사자 88%에 귀속되지 않고 대기업이 과도하게 가로채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연구원 홍성철 박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99%의 중소기업이 산업정책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고, 대기업 수출에 기여하는 납품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88%의 중소기업 종사자들은 이를 통해 임금을 받고 소비에 참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99%가 1%에 납품하기 위해 경쟁하는 시장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적정한 이윤을 보장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대기업이 적정 이윤을 보장하지 않거나 기존의 납품관계가 깨지면 99%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88% 종사자들의 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 중심의 수직계열화된 원하청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만, 이미 포화상태인 좁은 내수시장에서는 어렵다. 대안은 수출이지만, 이 역시 현재의 대기업 중심 원하청 구조하에서는 대기업에 중간투입물을 공급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대기업 중심, 원청으로 기운 운동장에서 중소기업이 적정 이윤을 확보하고, 재투자를 통해 국내 또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은 주지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원하청 구조에서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는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대기업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불완전 경쟁시장이다. 하청기업의 한계비용(Marginal Cost)은 한계수입(Marginal Revenue)을 초과했다. 대기업 납품 초기에 중소기업의 한계수입은 증가하나 판매량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한계수입은 점차 감소한다. 수주량이 증가하고 생산량이 증가하면 할수록 중소기업의 이윤율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불완정경쟁시장…중소기업 적정이윤 보장해 줄까

수급(하청)기업 전체 판매액 대비 원청 비중

음영 표시는 전체 평균보다 높은 업종<자료=중소기업연구원>

중기연구원의 홍 박사는 “지금과 같은 불완정경쟁시장 하에서는 시혜적 차원의 조치 이외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적정 이윤을 보장해 줄 아무런 유인이 없다. 정부가 동반성장을 그토록 주장해도 여전히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계속되는 이유”라며 “대기업 원하청 구조에서 탈피하고 중소기업이 한계수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시장 개척이 필요하며, 글로벌화가 그 해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의 높은 내수 비중을 이유로 경쟁력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중화학공업 중소기업은 규모도 크고, 부가가치창출률도 더 높다. 전체 제조 중소기업을 100으로 봤을 때, EU, 미국, 일본의 중화학공업 중소기업 수가 50%정도인데 반해 한국은 65.4%라는 게 중기연구원의 분석이다. 또 종사자 수도 선진국들이 50% 초중반인데 반해 한국은 68.4%다. 부가가치창출률도 한국은 72.6%로 미국보다 8%p, EU보다 11.3%p 높다.

중기연구원 이동주 본부장은 “대기업이 하나의 제품을 내놓는데 중소기업의 하청 비중이 많게는 70%까지 차지한다”며 “중화학공업 대기업의 수출이 많다는 건 이를 뒷받침 하는 중소기업의 기술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중소기업이 매출을 확대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직접 해외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추세는 괜찮다. 중소기업 수출기업 수는 2009년 7만7819개에서 매년 증가해 2012년 8만5879개까지 늘었다. 또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비중은 21.1%로 미국 12.7%, 일본 14.4%보다 높다. 국내 중소기업 매출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26.4%)도 미국(7.1%)과 일본(7.4%)의 3배를 넘는다. 유럽의 경우 중소기업 수출 비중은 31.2%로 한국보다 높지만, 중소기업 매출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2%다. 내수에 집중돼있는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치다.

중소기업의 판로확대와 글로벌화를 통해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대기업이 차지하는 반쪽짜리 수출국가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것인가. 또 수출을 통해 생산과 소비가 선순환하고 수출이 다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 수 있는 것인가. 중소기업 스스로의 자구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대기업 중심의 원하청 구조를 완화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대안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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