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문냉방 단속이 시작된 11일 오후 서울 명동 한 상점이 냉방을 한 채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현행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개문냉방을 하다 적발될 경우 경고 및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고의로 출입문을 열어놓고 영업하는 모든 행위가 단속 대상이다. ▲자동문인 경우 출입문을 개방한 상태로 출입문 전원을 차단하고 5분 이상 영업하는 행위 ▲수동문인 경우 출입문을 개방상태로 고정시켜 놓고 5분 이상 영업하는 행위 ▲출입문을 철거하고 영업하는 행위 등이 이에 포함된다. 최초 위반시에는 경고로 그치지만, 2회 이상 적발될 경우 5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문을 열고 에어컨을 켜더라도 ‘냉방’이 아닌 ‘제습’이나 ‘송풍’ 기능을 이용할 경우 단속대상에서 제외된다. 전력소모가 적다는 이유다. 최근 언론보도와 각종 논문에서 냉방을 할 때와 제습기능을 이용할 때 전력소비량은 큰 차이가 없다고 했지만, 단속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비닐커튼도 문제다. 출입문에 비닐을 설치해 냉풍이 새어나갈 경우 단속 대상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원칙적으로는 비닐커튼을 금하고 있지만, 휘날릴 정도로 비닐이 가벼운 경우에는 처벌대상으로 보고, 무게감이 있어 비닐이 냉기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으면 위반이 아닌 것으로 보기도 한다”며 “이는 단속 담당자의 재량에 따라 결정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애매모호한 단속 기준때문에 과대료를 부과할 경우 이의신청 등 불만이 이어질 수 있다.

갑작스러운 개문냉방 단속에 당황한 것은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당초 산업부는 전력공급 상황이 원활하다는 이유를 들어 올 여름에는 단속 대신 절전 홍보와 계도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겠다고 지난달 27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급작스럽게 입장을 바꿨다. 연이은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네 차례나 최고치를 경신함에 따라 전력수급 차질이 우려된다는 게 산업부의 입장이다.

B지자체 관계자에 따르면 9일 개문냉방 단속공문이 내려왔고, 11일 단 하루의 홍보·계도 기간을 거쳐 12일부터 과태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촉박한 공고기간 탓인지 단속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담당자도 드물었다. 개문냉방 단속권한은 지자체에 위임돼있으나 B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자치구는 개문냉방에 대해 독자적으로 단속할 수 없고, 산업부로부터 단속 권한을 받아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수 지자체에 확인한 결과, 주 1회 개문냉방 위반 단속을 실시하고 단속사항을 산업부에 보고하도록 돼있음에도, 단속 결과에 대한 데이터도 제대로 정리해두지 않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과태료 부과에 해당하는 단속이 한 건도 없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와함께 단속하기 위한 전담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지자체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었으나, 지도점검시 통상 2인1조의 단속반이 나서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에너지관리공단과의 합동단속에도 3명을 넘는 인원이 투입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적은 인원으로 정해진 시간에 많은 곳을 단속하려니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게 지자체 관계자들의 말이다.

C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개문냉방 영업을 하다가도 인근의 단속현장 소식을 듣고 재빨리 문을 닫거나, 냉방을 제습으로 바꾸는 일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인원이 충원돼야 이러한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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