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의 전통시장에서 추출가공식품업을 하는 A씨는 인근에 농수산물유통센터가 들어와 다른 상인들처럼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전통시장으로부터 반경 1km 이내에 대규모 점포가 개설되는 경우 상권영향평가서나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하고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두도록 하고 있지만,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의 경우 이 법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막을 방법이 없다.

A씨는 중기이코노미의 취재과정에서 “시장 상인들과 함께 창원시장을 상대로 건축허가 처분 취소소송도 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며 “농수산물도매시장이나 유통센터 등도 전통시장의 영업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대기업 마트와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후 관련법을 개정해 달라고 지난해 5월 중소기업중앙회에 건의했지만, 법 자체를 개정해야 해서 당장 해결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농자재 유통업을 하는 B씨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현재 농협은 우리나라 농업과 농민 정책을 좌지우지하며, 농산물과 농자재 판매 등 대기업보다 더 심한 독과점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농협의 무분별한 중소기업 사업영역 침해를 제재해 달라고 지난해 11월 중기중앙회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B씨는 그러나 “건의 당시 관련부처에서 일선의 농자재 판매업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피해사례를 수집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고 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자료=중소기업중앙회>   ©중기이코노미

이 사례는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이하 추진단)이 중소기업인들로부터 취합한 ‘손톱 밑 가시’건 가운데 해결되지 않은 일부를 취재한 내용이다. 중기이코노미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추진단이 접수한 ‘손톱 밑 가시’ 2278건 중 절반 이상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은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추진하던 중소기업 규제·애로 개선대책을 이어받아 2013년 9월 국무조정실·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 3자가 주축이 돼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됐다. ‘손톱 밑 가시’를 포함한 규제개선을 담당한다. 손톱 밑 가시는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중소기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작지만 해결해야 할 애로사항을 말한다. ▲상위법률과 시행령이 상충되는 사항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 ▲기타 기업경영 활동 중 겪는 애로사항 등이다.

손톱 밑 가시 건의를 접수하기 시작한 지난 2013년에는 1054건, 2014년에도 1078건이었지만 2015년에는 146건으로 급감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5건 정도 접수돼 검토 중이다. 중기중앙회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손톱 밑 가시 발굴 초기에는 집중적으로 건의가 들어왔는데 2년 정도 지나니 관심도 줄고 신청 건수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접수 건중 수용·일부수용·기조치·장기검토를 포함한 43% 정도가 규제개선 등으로 해결됐다. 나머지 57%는 수용곤란·부적절·기타 등의 사유로 여전히 손톱 밑 가시로 남아있다. 2014년에도 접수된 1078건 중 44%, 2015년에는 146건 중 30%만이 해결됐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자료=중소기업중앙회>   ©중기이코노미

이와관련 국무조정실 손톱 밑 가시 담당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건의 내용 가운데 해결되지 않는 건들은 개인적인 민원의 성격이거나 다른 건의와 중복되고 또 다른 이해관계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내용들”이라고 밝혔다. 추가 취재를 위해 구체적인 미해결 사유를 요청했지만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인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정효진 과장은 “지난해 소상공인들의 현장 목소리를 모아 54건의 손톱 밑 가시를 해결해 달라고 건의했다”며 “그 중 5~6건 정도만 수용되고 나머지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정 과장은 “우선순위에서 다른 건에 밀린 것도 있고, 국회가 바뀌며 흐지부지 된 건들도 많다”고 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건의한 만큼 해결못한 건에 대해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새로운 현안들을 모아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규제 개선 담당자도 현장의 목소리에 좀 더 귀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건의한 내용이 개인 민원의 성격도 있고 무리한 요구도 없지 않겠으나, 손톱 밑 가시로 인한 불편함을 제거하기 위해 추진단이 만들어진만큼 ‘부적절’이나 ‘수용곤란’ 등 단순 답변보다는 설립취지에 맞게 구체적 사유를 설명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자세를 중소기업인들은 요구하고 있다. 특히 취재한 사례처럼 답변이 아예 없거나, 법을 바꿔야 해 당장 해결이 어렵다는 답 보다는 추진과정을 상세하게 밝힐 수 있는 행정서비스가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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